한반도는 역사상 늘 약자였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는 강대국들 사이에 끼여 많은 침략을 당하며 버텨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지닌 강대국이지만, 이 지옥의 주위에는 초강대국 미, 중, 러, 일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 약자로서 항상 국제적 분쟁을 몸과 마음을 적선하여 때워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우리는 상당한 인구와 문화적 역량을 가진 중견국이었지만, 늘 더 강력한 북방 유목제국과 중화제국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역사는 약자가 살아남는 법에 대한 훌륭한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정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강자와 한판 뜨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우리나라의 역사는 잘 알려주고 있다.

약자로 개인의 인생을 마주해야 한다면, 남들보다 없거나 부족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면, 책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의 내용을 참고해보자.

 

 

약자야말로 권력정치의 현실을 강자보다 더 깊게 이해하고 현실주의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약자일수록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지고 실패로 인한 대가는 더 혹독하며, 떨어져야 할 낭떠러지의 깊이는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현실주의는 강자가 아닌 약자의 것이어야 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알려준다.

약자에게는 ‘정확한 눈’과 ‘자신만의 무기’, 이 두 가지를 갖추고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외교는 현란한 입이 아니라 정확한 눈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약자일수록 폭력보다 외교적 해결을 추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황을 읽는 정확한 눈이야말로 약자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보려고 한다. 상황이 어려워져도 잘 될 것 같다는 헛된 희망만 품으려고 한다.

 

책은 삼국통일 전쟁 사례를 들려준다.

642년 신라는 삼국 중에서 가장 약한 나라였다. 고구려는 당나라와도 대등하게 맞서던 강국이었고, 백제는 그런 고구려와 손잡고 신라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왜는 백제의 우방이었다.

 

도저히 신라가 마지막 승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나라는 신라였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김춘추의 외교술이었다. 642년 김춘추는 적국 고구려에 직접 찾아가서 연개소문을 설득하려 했다.

 

연개소문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한동안 감옥에 가뒀다가 풀어준다. 그 뒤로도 김춘추는 직접 왜를 방문해 협상하려 했고, 648년에는 당나라를 방문하여 당 태종과 빅딜을 하게 된다.

같이 백제를 공격하고, 그 후에 고구려를 공격하자는 계획이었다.

 

 

 

 

돌아보면 별 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 왕족이자 차기 왕위에 가장 가까이 있던 김춘추가 직접 주변의 국가를 차례로 방문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은 신라가 외세를 끌어들인 바람에, 우리 민족의 영역이 한반도로 제한되었다고 원망한다. 하지만 신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이 당시 약자였던 신라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다.

 

김춘추는 정확한 정보를 위해 자신이 직접 고구려, 왜, 당나라로 가서 상황을 본 뒤 전략을 세웠다.

라이벌이었던 백제의 의자왕이 한반도 안에서의 전략에 매몰되어 신라나 고구려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김춘추는 동아시아 전체를 시야에 넣고 행동했다.

 

당나라를 끌어들여 백제를 먼저 멸망시킨다는 전략은 당시로서는 상식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었다. 이로 인해 백제는 불과 열흘 만에 멸망하고, 곧이어 고구려도 위아래의 동시 침략에 무너지게 된다.

김춘추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제대로 직면했다. 그는 신라가 가진 힘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는 대동강선이 신라가 가진 실력의 한계라고 인정하고 이 한계 안에서 행동했다.

 

정확한 눈과 함께 약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무기이다.

인류 역사상 오랜 기간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예외적인 약소국들은 하나같이 상대방의 심장에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자신만의 ‘칼’을 가지고 있었다.

 

신라는 당나라를 끌어들이게 되면, 언젠가는 당나라가 자신의 영토까지 욕심 낼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자신만의 무기를 준비했다.

백제와 고구려의 유민을 최대한 차별 없이 흡수하여 당나라와 대항하게 만들었고, 김유신이라는 믿음직한 무기에 힘을 실어주었다.

 

공격을 기다리기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먼저 당나라를 공격하는가 하면, 위기가 오면 사죄 사신단을 보내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전선을 보강했다.

그렇게 신라는 당나라 군대를 물리치면서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었다.

 

오늘만 특가! 품목 모음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는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영광의 순간을 소개하는가 하면, 치욕의 순간도 함께 소개해준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존경 받는 외교관, 고려의 서희가 정확한 눈으로 거란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순간이 나오는가 하면, 조선 인조 때 자신만의 무기 없이 중립을 외치다가 청나라에게 치욕적으로 항복하는 장면도 소개된다.

 

약자라고 지는 것이 아니며 정확한 눈과 자신만의 무기를 갖춘다면, 약자가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가진 게 없다면, 강자들 사이에 끼어있다면,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를 갖춰보자.

이주희 저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책그림>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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