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不三代’라는 말이 있다. 부자는 3대를 넘기기 힘들다는 말이다.

1대는 자수성가를 했기 때문에 망할 염려가 없고, 2대는 부모가 재산을 모으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현상유지는 해나갈 수 있지만, 세상물정 모르고 자란 3대는 관리를 못해 재산을 지키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빈불삼대’라고 해서 가난도 삼대 안 간다는 말도 있다.


재산을 자식 대에서 지켜내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하루아침에 빈부가 달라질 수 있으니 겸손하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사람들은 부자들에 시기와 질투를 가진다.

특히 노력 없이 물려받아 부자가 된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시기와 질투가 결국 자기 자신의 행복도 방해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도 배운다.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심해지면 사회질서를 무너뜨려 혼란스러운 세상을 만들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옳지 않은 것으로 배우기도 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축적한 부를 관리하고 키워나가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경주 최부잣집은 무려 12대에 걸쳐 300년간 부를 이어왔다. 조선후기 내내 최고의 부자로 이름이 자자했고, 서민들에게도 우호적인 부자였다.

경주 최부잣집은 16세기 무관인 최진립부터 시작하여 12대 최준에 이르기까지의 집안을 말한다.


최진립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공을 세운 무관이다. 말년에는 병자호란이 있었고, 남한산성까지 가서 임금을 지키다 장렬히 전사했다. 장군으로써 출세해서 꽤 많은 부를 쌓을 수 있었다.

충절의 무신집안이 어찌 조선시대 부자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을까?


최진립의 아들 최동량은 장군출신 아버지가 물려준 많은 재산으로 큰 땅을 사들인다. 그는 조선을 대표하는 부자가문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소작료를 줄였고, 소작인 관리자인 마름을 없애버렸다. 마름은 지주를 대신해서 소작인들을 관리하는 자들인데, 이들이 따로 착복하는 재물도 많았고 소작인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리고 거름을 쓰는 시비법과 모내기를 하는 이앙법을 적극 도입하여 쌀 수확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3대 최국선 때에 이르러서는 최씨 가문만의 독특한 경영이 시작된다. 이미 조선 최고의 부자가문이 되었는데, 어느 불교 승려의 ‘재물은 거름과 같다. 재물을 나누면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움켜쥐면 썩는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눔을 실천한다.

흉년이 들면 적극적으로 쌀을 나누어주었고, 소작 수입의 1/3을 빈민구제에 썼다.


그들 가문 12대 300년간 번성의 기초는 바로 가훈에 있었다. 이름하여 ‘최부잣집 육훈’이라고 한다.

원칙이 올바르게 섰을 때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선순환된다. 최부잣집 육훈을 살펴보자.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을 하지 마라.

 → 정치 권력에 휘둘리지 마라.

▶재산은 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 너무 큰 욕심은 버려라.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마라.

 → 땅값이 떨어질 때 매수하지 않도록 하여, 남의 불행을 기회로 삼는 것을 경계하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 인적 네트워크 구성, 좋은 이미지 유지

▶사방 백 리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 사람들이 모여들게 만들고,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려는 노력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 절약과 검소함을 몸에 배도록 해서 집안 분위기를 해치는 것을 경계


마름도 두지 않고 소작료로 만석 이상을 거둬들이지 않으니, 땅이 많아질수록 소작료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래서 토지 매물이 나오면 제일 먼저 최부잣집에 가져가게 되고, 좋은 매물을 제일 먼저 손에 쥐게 되었다. 점점 더 부자가 되고 최부잣댁 소작인들 역시 소작료를 덜 내니 서로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혼돈과 무질서의 세계가 지나면 회복과 성장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혼돈의 시기에 기회를 잘 잡으면 많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최씨 부자 역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난을 거치면서 자리잡아, 조선 후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부잣집 육훈’이라는 좋은 원칙을 기초로 더욱 번성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부자들 역시 엄청난 격동의 현대사에서 기회를 잘 잡아 성공해왔다.

더 오랜 기간 번성하고자 한다면 기술과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최씨 가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도 필수적일 것이다.


<BetterLife>를 참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