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수룩한 수염에 머리가 벗어진 학생이 프로그래밍 첫 수업에 들어왔다.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지도교수인 브라이언 로스는 컴퓨터과학 과목에 수강 신청을 했다. 교육 받는 다른 학생보다 최소 열다섯 살 이상 나이가 많은 그는 강의실에서 '아저씨'로 불렸다.


강의가 있는 날은 늘 긴장됐다.

하지만 그에게 유리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학습 방법을 연구해 온 전문가이자, 비록 과소평가를 받아왔지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자기 해설 학습' 전략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해설 학습은 스스로에게 '이게 무슨 의미이고 왜 중요하지?'라고 말하기로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는 속으로 읽지 않고 실제 목소리를 내어 자기에게 말하기 할 때 더 효과적이다.

자기 해설 방식으로 자신에게 개념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보다 약 3배 정도 많은 양을 학습하고 암기한다고 알려졌다.


로스 교수는 교재를 공부하면서 스스로 끊임없이 말하기 질문을 던졌다. 문장마다, 문단마다 그는 자기에게 묻고 또 묻는다.

▷ 방금 읽은 것이 무슨 내용인가?

▷ 기본 원리는 뭐지?

▷ 앞에서 나왔던 개념은 아닌가?




다른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컴퓨터 상식이 많이 부족했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깨치게 되었다. '자기 해설 공부법'은 프로그래밍을 모르던 교수를 어떻게 우등생으로 만들어 주었을까?


자기 해설 공부법


1) 혼자 말하기를 한다

혼잣말의 말하기는 이 학습법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공부 속도를 늦춰주는 효과가 있는데, 이처럼 신중하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면 동일한 경험으로 더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있다.


2) '왜?'를 묻는다

자기 해설은 다른 방법으로는 탐색할 수 없는 호기심과 창의력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자기에게 '왜?'라는 질문을 해보라. 이때 그 학습 주제를 잘 알고 있다면, '왜?'라는 질문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내용에 관해 잘 모르면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몰랐던 것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기회가 된다.

가령 '파도는 왜 생길까?'와 같은 질문으로 자기 해설 공부법을 연습한다고 해보자. 파도는 바람과 관련이 있는데, 수면에 바람이 불면 잔물결이 생기고... 이런 기초적 설명은 어렵지 않겠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에 올 질문이다.


바람이 왜 물을 위로 들어 올리는 건가?

여기부터는 인터넷을 검색해, 에너지가 물을 통과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의 내용을 읽으며 몇 가지 답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이 과정을 마칠 때쯤엔 결국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3) 요약한다

요약은 나의 언어로 직접 나의 생각을 담아내는 행동으로, 근본적으로 학습에 유익하며 간단히 자기 해설을 실천하는 집중력이 필요한 방법이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의견을 누군가에게 이메일로 보낸다고 상상해보자.

요약을 통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구체화하고,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논리를 구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다큐멘터리 자체와 그 내용에 관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어떤 내용을 스스로 요약하고 말하기 단계를 거치면 훨씬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4) 연결점을 찾아본다

자기해설식 학습은 정보를 서로 잇는 연결점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결점을 찾아보는 것은 암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누군가에게 어떤 개념을 설명하려면 다른 개념과의 상관관계를 찾게 되는데, 연상 암기법 등의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상을 암기할 때 각각의 첫 글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연상작용의 고리를 만들어 '빨주노초파남보'로 외우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자신이 잘 아는 전문분야 내에서 어떤 연결점을 발견하면, 더 높은 단계의 창의력과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로스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의를 들은 후, 자신에게 자신의 언어로 개념을 설명해보려고 애썼다. 자기 해설을 하면서 말하는 내용 대부분은, '가만 보니 A가 B로 가고, B가 C로 가니까 A에서 C가 되는구나'처럼 '대부분이 연결점을 찾는 시도였다'라고 그는 말한다.


새로운 지식이 쏟아져 나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면서, 학습 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능력이 되었다. '자기해설 학습법'으로 이 시대의 연결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통찰력과 스킬을 갖춰보자.


<Talking to Yourself (out loud) Can Help You Learn, HBR>



심리학과 대학생이었던 캐롤 드웩은 수학 성적이 떨어진 중딩1 학생 91명을 데리고 8번에 걸친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중 48명은 공부 방법을 배웠고, 43명은 공부 방법뿐 아니라 뇌의 특성과 구조에 대해서도 배웠다.

"너희의 두뇌는 고정되지 않았다. 두뇌는 훈련하면 더 똑똑해진다. 어떤 것도 단시간에 완전히 익힐 수 없으니, 절대 공부와 훈련을 포기하지 말아라."


공부법만 들은 중딩 48명은 성적이 변하지 않았고, 공부법과 두뇌 교육을 함께 받은 아이들 중 절반 이상이 수학 점수가 향상되었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 연구에서 프랑스 고딩 학생들에게 아무도 풀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를 냈다. 예상대로 그 문제를 맞힌 고딩은 없었다. 그중 절반의 아이들에게만 실패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강의를 들려주었다.


이후 모든 학생이 단기 기억을 측정하는 아주 어려운 시험을 보았는데, 시험에 앞서 강의를 들었던 고딩들의 결과가 훨씬 좋게 나왔다. 실패와 실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는 개념을 인지한 순간,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에 굴복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과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는 노오~력을 해도 안돼!

웃기는 소리 하네. 난 이미 글렀어!

그것도 선천적 재능이 있어야 되는 거 아냐?


그렇다면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해 런던으로 가보자!

런던의 도로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주소만으로 목적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내비게이션 없이 정확한 목표지점을 간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일을 오차 없이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런던의 택시기사들!

이들은 최적의 코스로 주행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뇌 과학자들은 택시기사 16명의 뇌를 촬영해보았는데, 해마의 뒤쪽 뇌 구조가 일반 남성들보다 상당히 컸다. 더 흥미로운 건 경력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해마가 더 크다는 것이었다.

(해마 :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이며, 뒤쪽은 공간 탐색이나 사물의 위치 기억에 특화됨.)


원래부터 해마의 크기가 그랬던 건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 대상을 3그룹으로 나눴다.

1) 시험에 통과한 새내기 택시기사들

2) 공부는 많이 했지만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

3) 일반인


이들의 뇌를 촬영한 결과 해마 크기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4년 후,

다시 이들의 뇌를 촬영했을 때, 시험에 합격해 런던 도시를 누비고 다녔던 택시기사들의 해마만 커져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뇌를 많이 쓰면 뇌의 구조가 해부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성인의 뇌'가 변한 것이다!


인간의 모든 신체는 성인이 되면 퇴화하지만, 뇌는 쓰면 쓸수록 성장한다.

이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당신은 성장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해줄 사람이 없다며 슬퍼 말라. 믿는 주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무엇을 믿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당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의 뇌를 믿어야 한다.

뇌는 당신이 노력만 한다면 언제든 보답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뇌는 당신의 믿음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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