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루함을 싫어한다.

잠시라도 지루할 틈이 생기려 하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TV 채널을 돌리고, 인터넷을 검색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아무 일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자랑처럼 하고 다닌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지루함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빈둥거리는 시간,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루함을 회피하면 인생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삶을 맹목적으로 살게 되고, 창의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오늘의 주제는 ‘지루함’이다. 지루함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두 가지 책을 통해 지루하게 살펴보자.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는 흥미롭게도 서울에서 2년 동안 아이를 가르쳤던 경험을 가진 캐나다인이 쓴 책이다. 그에게 서울은 너무나 바쁜 도시였다.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에 몰입해 있었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학원을 가고, 야근을 하고 있었다.

서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도시였다고 저자는 토로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삶을 바쁜 행동으로 채운다. 잠시 충만감을 주던 여가 활동에 흥미가 사라지면, 또다시 기분이 좋아질 다른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삶을 더 많은 것들로 채울수록 마음속에는 무언가 빠져있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저자는 말한다.

“가짜 만족을 주는 활동으로 늘 주의가 흐트러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삶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인생을 고찰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일차원적인 삶이 적절한지 따져볼 것도 없이 수동적으로 살아갑니다.”


지루함은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내가 어떤 의미를 추구했는지, 무엇을 위한 삶을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해준다. 지루할 때 우리는 허무하다. 하지만 그 허무함이 세간의 가치에 얽매여 있는 기존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도록 해준다.


지루함을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삶이 늘 주의를 흩트리는 요소로 차 있으면, 의미가 끼어들 공간이 없어진다.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언제나 시간을 무언가로 채운다면, 인생의 참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영영 갖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에게 지루함을 허락해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려보고, 멍을 때려보자.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고독이 따르기 마련인 지루함의 대가로, 자기 자신과 자연에 더없이 깊이 침잠하는 그 15분을 얻는다. 지루함에 대해서 완전히 보루를 쌓은 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보루를 쌓는 법이다. 자기 자신의 가장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가장 힘이 되는 생명의 물을 그는 결코 마시지 못할 것이다. 고된 노동을 사랑하고, 빠른 것, 새로운 것, 진기한 것을 추구하고 있는 당신들이여. 당신들은 모두 인내력이 부족한 자들이다. 당신들의 근면은 도피이다. 자기를 망각하려고 하는 의지이다.”


지금까지 지루함을 철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봤다면, 책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는 지루함을 창의성과 연관하여 살펴보고 있다. 아무 자극 없는 지루한 상태가 창의력, 추진력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샌디 만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전화번호부를 옮겨 적거나 20분 동안 소리 내서 읽게 하는 지루한 작업을 시켰다. 그 뒤 종이컵의 활용 방법을 다양하게 떠올리게 했다.

지루한 작업을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종이컵의 용도를 생각해냈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지루함을 느낄 때 우리는 몽상과 마음방황을 허용하고, 의식에서 벗어나 잠재의식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바로 그것이 창의성을 자극한다. 새로운 연결이 일어나게 한다.


지루함을 느낄 때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떠올리고, 자신의 본질을 깊이 묵상한다. 잠들기 전이나 샤워할 때, 숲 속을 거닐 때와 같이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않을 때,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루함을 통해 우리는 삶을 새로 시작하게 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다.


철학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두 책은 우리에게 지루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글 읽기가 끝나고 찾아오는 지루함을 15분 동안 온전히 느껴보는 건 어떨까?


<책그림> 채널, 누구나 삶의 섬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책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 우리의 삶을 더 많은 호기심과 창의성으로 채워주는 지루함과 기발함의 책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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