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

‘지금 분위기 안 좋아! 나중에 보고해.’


일상을 돌아보면 내가 하려는 말이 반론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내용이라도, 듣는 상대방의 기분이 좋지 않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화 내용이 듣는 사람의 기분, 말하는 사람의 지위, 때로는 인품에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의견이 맞는데, 도대체 통하질 않는군.’

한탄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건, 내용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 즉, 대화를 지배하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기분인지 또 그 사람의 주변 분위기가 어떤지 모른다면, 대화를 통해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대화의 시작은 본론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탐색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씀드릴 게 있는데 점심시간 지나고 찾아 뵈어도 괜찮을까요?’


대화의 승패를 좌우하는 건 진실한 내용 혹은 치밀한 논리가 아니다. 논리의 옳고 그름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대방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말투는 듣는 사람에게도 이 사람이 나와 대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걸 느끼게 만든다. 은연중에 자신이 존중 받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은 훨씬 더 긍정적으로 대화에 참여한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려면, 상대방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말투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아이에게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 공부습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보통은 다음과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엄마 방으로 와! 얘기 좀 하자.’


아마도 아이는 당신과 만나기도 전에 방어벽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아이와 대화를 하기 위해 아니,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당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대화 장소에도 신경 쓸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당신이 영업사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고객사 방문 때 고객사의 사무실에서 미팅하기보다는 카페 같은 곳에서 달콤한 케이크라도 먹으면서 상담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카페에선 적당한 거리의 탁자가 있어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음료수가 있으니 몸짓도 어색하지 않고 부드럽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백색소음이라고 하는 적당히 시끄러운 상태는, 대화에 대한 부담감과 긴장감을 완화해 사무실에서 말하는 것보다 수월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커피 한잔 하시죠’라는 말로 약속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당신이 원하는 걸 생각보다 훨씬 더 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화의 맥락은 콘텐츠보다 더 중요하다.


<Change Ground>를 참고




일본 최고의 심리상담사 오노코로 신페이는 24년간 2만 4천명의 삶을 분석했습니다.

상담을 의뢰한 사람들 중 인간관계에 능숙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탁월한 ‘거리조절’에 있었다네요.


인간관계에는 나와 타인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기까지는 내 영역, 저기부터 저기까지는 상대 영역으로 구분하는 겁니다.

그 경계선을 심리학 용어로 ‘바운더리 Boundary’라고 부르는데, 인간관계에 능숙한 사람들은 그 영역을 현명하게 지켜가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고 합니다.




신페이의 책 <관계의 품격>을 통해 그 비법을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현명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5가지 비결


1) 선택적 단호함을 보여준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자신과 너무 가까이 지내다 보면 자칫 함부로 대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땐 같은 태도와 반응으로는 상대와의 관계를 바꿀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작전이 필요하다.

바로 상대방과 가볍게 대립하면서 그 동안 형성된 관계 구도를 조금씩 깨는 것이다.


예컨대 ‘여길 건드리면 화낼 거야, 기억해 둬!’ 이런 식으로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에 불편함을 드러낸다. 관성처럼 굳어진 관계는 한 번에 바꾸기 어렵다. 서서히 시간을 가지고 불편한 곳을 건드릴 때마다, 경계선을 인식시키며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2) 스마트한 결정력으로 주도권을 쥔다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누군가에게 결정권을 빼앗긴 경우가 많다. 큰일뿐만 아니라 일상 속 자잘한 결정조차도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경우다.

결정권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따르는 리스크를 누군가에게 떠넘겨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진심으로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면, 오늘부터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선 일상의 사소한 결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와 만날 일이 생기면 시간과 장소를 먼저 제안하고, 점심을 먹으러 갈 때 메뉴 선택도 직접 해본다.


다만, 주위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작은 일에서부터 스스로 결정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꽉 막혔던 인간관계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3) 자기 연출력이 뛰어나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에는 자신의 원래 모습에서 30% 정도 부풀려 연출하는 것이 좋다. 연출이라는 말에 조금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매력적인 사람들은 이런 자기연출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지나치게 다르면, 나중에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너무 가식적인 것보다는 평소 자신 모습의 1.3배 정도를 목표로, 가능한 범위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연출해보는 것이 좋다.

일례로 미소를 보이는 표정 연출을 통해 상대방에게 나는 행복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4) 은근한 신비주의를 유지한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대화할 때 구태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궁금한 부분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현재 상대방이 요구하는 사항에 관해서만 적절히 대답하고, 요구하지 않는 부분은 하나하나 모두 말하지는 말라는 의미다. 이런 자세는 심리적 바운더리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5) 의외의 매력으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평소 언행과 큰 차이를 둠으로써 의외의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여러분을 굉장히 특별하고 똑똑한 사람일 것 같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사생활은 베일에 싸여 있으면서, 특정 분야에 관해서는 전문적으로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외성의 효과를 제대로 써먹으면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오노코로 신페이 저 <관계의 품격> <북올림>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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