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연이 더 크게 작용한다.


새로운 시간이 던지는 현상은 기존 이론이나 모델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예측 가능하다고 믿으며, 이론과 모델로 설명하려 덤벼든다. 그러면서 이 세상을 그 작은 모델 속에 집어넣으려고 시도한다. 자신이 만든 모델이 세상을 설명해준다고 자신 있게 뻥치면서...


자전거를 잘 타려면 그냥 타면 된다. 몇 번 넘어지다 보면 균형 감각이 저절로 생기고 노하우를 터득하며 그냥 잘 타게 된다. 물론 핵심은 발밑이 아닌 먼 곳을 쳐다보며 타야 더 빨리 배우지만...

그런데 요즘은 자전거의 원리, 체인의 원리, 물리 법칙, 마찰력 따위를 먼저 가르쳐야, 자전거를 탈 준비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학자들이 자전거 타기 매뉴얼을 만든다. 그것도 일류 대학의 교수들이 만들어서, 학생들은 그 매뉴얼 대로 자전거 타기를 배운다.

넘어지면 안 된다. 넘어지는 건 실패를 뜻하니까. 불확실한 것도 없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오르막 오를 때, 길이 울퉁불퉁할 때 등,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부는 골 때리는 자전거 타기 규제를 만든다. 은행은 자전거에서 넘어지지 않는 걸 기초로 금융 상품을 만든다. 보험사는 그 금융 상품에 대한 보험 상품을 만든다. 이때 예상치 않게 매뉴얼에 나오지 않은 일이 생긴다. 자전거를 타려는데 길에 눈이 쌓인 것이다. 아주 가끔 생기는 일이라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눈은 이미 왔고 상황은 바뀌었다. 매뉴얼 대로 배운 학생은 이럴 때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배웠던 마찰력과 물리법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좀 타보려고 하다가 넘어진다. 깜짝 놀란다. 실패를 했으니까... 주변 시선도 무섭고 쪽팔린다. 다시 일어나려는데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은행이 파산하고 그로 인해 보험사도 망한 것이다. 자전거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반면 자전거를 처음부터 넘어지면서 배운 사람은 눈이 와도 별로 걱정이 없다. 원래 감으로 배우며 탔고, 눈이 와도 그 감 대로 페달을 좀 천천히 밟으면 되기 때문이다. 넘어질 수도 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원래 넘어져 가면서 배웠으니까.


사례가 좀 황당한가? 누가 자전거 타는 매뉴얼 따위를 만들고 그것대로 배우겠는가?

그런데 세상의 경제와 금융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고, 책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말한다. 그는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트레이더 출신 학자다.


그는 경제학자와 금융 종사자들을 싫어한다.

잘못된 이론을 부르짖으며 돈을 벌고 있는데, 그 이론이 잘못되었을 때의 피해는 세금을 내는 서민들만 고스란히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뉴얼을 만든 학자, 규제를 만든 공무원, 상품을 만든 은행가와 보험 대리점은 결과가 어쨌든 잘 먹고 잘 살아간다. 학자는 개정 매뉴얼을 발행한다. 그것도 아주 잘 팔린다. 오히려 학자는 눈이 온 이유를 모델로 설명하며 칭송 받는다. 공무원도 언제나 그렇듯 폼 잡으며 살아간다. 심지어 정년퇴직하고 나서는 은행의 임원으로 재등장한다.


파산할 것 같았던 은행은, 그러면 나라가 절단 난다며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다시 떵떵거리며 온 세상에 큰소리친다. 서민들만 넘어진 상처를 가진 채, 그 구제금융에 들어간 돈을 메우느라 계속 세금을 낸다.


경제, 금융, 경영에는 절대적인 이론이란 절대로 절대 절대 없다. 이론과 모델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불확실성, '블랙스완'이 있기 때문이다. 블랙스완이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말한다. 2008년의 금융 위기가 대표적이다.


경제학, 경영학이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론과 모델만 믿다 보면 불확실성에 취약해진다.

현상과 실행에서 양쪽 모두 이론은 있다. 그런데 실제로 경영을 하고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은 바빠서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쓰지 못하지만, 학자는 모델을 만들고 책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우리 삶도 비슷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많고 각자의 이론도 있다. 노닥다리들은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경험을 기반으로 삶을 설계하지 않고 전문가들의 이론을 따르면, 한순간의 블랙스완으로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


이론만으로 삶을 설계하면 불확실성으로 오는 변화에 맥도 못 추고 무너진다. 이것이 fragile, 그야말로 '잘 깨지는 것'이 되는 것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여유를 두며 생활하면 악재가 와도 견딜 수 있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나에게 도움이 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이것이 'antifragile', 충격에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불확실성을 좋게 활용할 수 있을까?

나심 탈레브는 불확실성을 즐기며 일부러 더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일상 속에도 갑자기 다른 행동과 선택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평소에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통해 산책을 해보라고 한다. 여행을 계획하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그때그때 여행지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극도로 안정적인 투자와 함께 극도로 위험한 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이를 '바벨 전략'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배우지 말고 경험에서 배우라고 말한다. 이론에서 실행을 이끌어내지 말고, 실행에서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라고 한다. 교수들의 말과 책도 참고만 하고, 중요한 알맹이는 자신의 경험에서 만들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분야에서 알아둬야 할 중요한 것은 반드시 원론적인 내용을 벗어나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모든 진정한 아이디어는 전문화와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그 분야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완전히 놓쳐버리는 중요한 알맹이에서 나온다."


미친 사람만이 이론의 허점을 파고들고 새로운 생각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기존 이론을 믿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이론의 허점을 자신의 경험으로 채워 넣는 사람들이다.


이론을 참고는 하되, 이론을 맹신하지는 말라! 모델을 참고하되, 모델에 현혹되지는 말라!

불확실성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아닌, 불확실성에 더 강해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내레이션 했던 광고' 중에서...


여기 미친 사람들이 있다. 부적응자, 반항아, 문제아 등 사회의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그들은 정해진 규칙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재에 안주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들을 인용하거나, 부정하거나, 찬양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류를 진보시킨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미친 사람으로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천재성을 본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자들이니까...

Think different!!!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을 참고 

게이미피케이션 Gamification :

'게임화' 즉,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구성요소 등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잘 만든 게임일수록 사람들 뇌의 보상회로를 적당히 자극하여 사람들이 열중하게 만들어 놓았다. 게임의 어느 단계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보너스를 획득했다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껴 보상회로가 자극받아 쾌락 물질이 분비된다. 더 어려운 단계에 도전해 임무를 완수하면, 더욱 큰 성취감을 느끼고 점점 더 이 게임에 빠져들어간다.



온라인 게임은 이용자 사이의 소통이나 경쟁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므로 몰입도가 높아진다. 임무 완수에 따른 성취감만이 아니라 동료와 소통하며 느끼는 즐거움이나, 경쟁에서 얻는 승리로 충족되는 인정 욕구같이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는 요소가 많다.


이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없다 하더라도 시스템에 의해 뇌의 보상회로가 자극받아 쾌락 물질을 분비하고, 특정 행위에 열중하게 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제작자가 이런 뇌 시스템까지 이해하고 설계하진 않았겠지만, 뛰어난 서비스나 조직이 게임의 기법을 흉내 낸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하듯이, 게임에는 우리의 뇌를 직접 자극하는 시스템이 응축돼 있음은 틀림이 없다.


상품과 서비스가 포화 상태인 선진국에서는 물건으로 사람들 관심을 끌어들이기가 힘들다. 미니멀리스트가 갑자기 늘어나고, 상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오락이나 체험을 통한 정신적 만족에 매력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게이미피케이션이나 뇌의 보상회로를 응용한 서비스에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뇌의 보상회로는 너무 효과가 분명해서 강력한 중독성과 의존성이 있다. 지나치게 빠져 하루 종일 몰두하고, 이것 없이는 못 산다는 사람들은 보상회로에 이미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쾌락 물질은 강력한 동기부여 기능이 있지만 여기에 너무 기대면 부작용이 생기고 만다.


쾌락 물질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면 균형이 깨지기 마련이다. 격투기 게임에 등장하는, 당장에는 수십 배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필살 무기 같은 것이다.


무슨 일이나 적당한 수준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경제체제를 구상할 때나 게이미피케이션을 응용할 때도 장점을 너무 악용하지 말고 균형을 유지하며, 보상회로를 적당히 자극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21세기북스의 <머니 2.0>을 참고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으로 낯선 디지털을 익히기 시작한지 어제로 정확히 7개월. 매일 12시간 이상 모니터와 책으로 헤맨 덕분에, 갈 길은 아직 멀지만 이젠 디지털 낙제 수준은 넘어섰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밑도 끝도 없이 이 디지털 세상은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져서, 6월 초 들어 33살 일본 젊은이가 쓴 머니 2.0(MONEY 2.0)을 받아 오늘까지 다섯 번을 읽었지요.


디지털 세상의 변화를 흐름으로 읽어 내기는 아직 실력이 많이 모자라고, 키워드 한 조각씩으로 이어 붙여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 이 책을 요약하고, 베끼고, 편집하고, 비틀어 약 50개 내외 포스트로 쓸 수 있겠네요. 타이틀도 중요하니 '키워드로 읽는 디지털 세상과 미래'라고 해볼까요?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 :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학창 시절부터 줄곧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하며 자란 세대다. 일반적으로는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컴퓨터가 없는 시대는 상상할 수 없고, 당연히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의 시대를 모르고, 그 전과 후를 비교할 수도 없다. (비교할 필요도 없겠지만...)


휴대전화나 인터넷이 생겼을 때도, 이로 인해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고, 그들은 그냥 눈앞에 있는 편리한 도구를 사용했을 뿐이다. 휴대전화가 보급될 때의 여러 논쟁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지 못한다.




그 당시에는 '사회가 엄청나게 진보한다는 주장'과,

'범죄에 이용되어 무서운 세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라며 걱정했던 사람도 아주 많았다.


SNS가 확산될 때도 어른들은 '만남 사이트나 아동 매춘의 온상이 될 테니 빨리 규제해야 한다'는 신문기사와 전문가 칼럼에 신나게 맞장구를 쳤었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는 그저 편리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를 접해 즐겁게 가지고 놀았을 뿐이었다. 10년이 지나는 지금은 자연스러운 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토큰경제 등의 논란도 그런 기시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것들이 없던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까지 사회를 지배해온 경제적 사고와는 동떨어진 것을 보고,

'국가의 통제나 중앙 관리자가 없는 화폐는 있을 수 없다.'

'신종 사기'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단시간 화제를 불러 모으다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잠수해 버렸지만, 세상의 의견은 정확히 둘로 나뉘었다.

'금융을 바꿀 혁신적인 테크놀로지'

vs.

'순전한 사기이며 매우 수상쩍은 것'


금융계 관계자나 경제학자들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존의 금융이나 경제 틀에 익숙한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규칙이 전혀 다른 신종 통화가 등장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대학생은 오래전부터 익숙한 금융 시스템이 비트코인과 함께 운용되기 때문에, 아마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의 뇌는 상식으로 자리 잡은 틀 안에서 생각하거나 판단하고, 새롭게 탄생하는 기술을 편견 없이 보기는 어렵다. 지금도 어른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혀를 찬다.


컴퓨터  ⇒  인터넷  ⇒  휴대전화  ⇒  SNS  ⇒  비트코인  ⇒  블록체인  ⇒  토큰경제

▷ 토큰 (token) : 상품권, 교환권, 선물권, 주차권, 증표


지금의 초등학생부터는 '토큰 네이티브'로 세대의 분류가 바뀌지 않을까? 태어난 순간부터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을 접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돈과 경제를 파악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마저 짐작도 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10~20년 후 토큰경제나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MR)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을 미덥지 않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신진대사를 되풀이하며 세상은 진화를 거듭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쓰이는 테크놀로지를 자연스러운 세계의 일부로 느낀다. 15세에서 35세 사이에 발명된 테크놀로지는 새롭고 신나는 것으로 느끼고, 35세 이후 발명된 테크놀로지는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더글러스 애덤스, 영국 작가 -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지요?

그래도 '공짜'라는 단어만큼 사람들 '관심'을 끄는 것도 없습니다.

21세기 대부분의 소비자는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관심과 시간'을 지불하지요.


<네이처>와 <사이언스>에서 과학기술  편집자로 활약했던 앤더슨은 말합니다.

"제품을 추가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0'에 수렴되는 오늘날, 어떤 일을 잘해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관심'이라는 비화폐(=공짜)를 돈이라는 '경제적 가치'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관심'(=공짜)이라는 건 잘만 활용하면 이전보다도 더 큰, 거의 무한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합니다."


앤더슨이 볼 때 인터넷이란 '비주류 제품 유통'을 가능하게 한 사상 최초의 '물류시스템'입니다. 유한한 오프라인 공간과 비교할 때 인터넷 '진열공간'은 무한하기에, 다양한 비주류 물건들을 배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주류 문화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열공간이 '0'원, 곧 공짜에 수렴한다는 것에 대해 일본 서점가의 혁신을 일으킨 '츠타야'의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는 말합니다.


"매장에서 인터넷 가격으로 상품을 판다고 생각하면, 매장으로서는 결코 이익을 낼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매장 유통가격'이 빠져있는 인터넷에서 구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매장에서 판매를 한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고객이 매장에 왔을 때 가격을 충분히 지불할 만큼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


앤더슨은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공짜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공짜 심리를 잘 활용한 기업으로 질레트 사례를 소개하지요.


질레트는 일회용 면도칼을 만드는 회사로 엄청나게 성공했습니다. 그렇지만 초기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요. 1903년 시판 첫해 51개의 면도기와 168개 면도날을 판매했을 뿐이었습니다. 이후 별의별 마케팅 수단을 다 동원했는데, 그것 중 하나가 바로 공짜로 면도기를 끼워주는 것이었지요.


질레트는 대량의 면도기를 무료로 공급한 뒤, 꽤 비싼 가격에 면도날을 판매해 실질적인 수익을 올렸지요. 1회용 면도날을 사용하는 습관이 한번 몸에 밴 소비자는 평생 그것에서 떠나지 못했습니다.


수십억 개의 면도날이 판매되고 있는 지금, 이 '공짜 비즈니스모델'은 모든 산업에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사례로는 휴대전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통화료를 챙기는 것. 값싼 비디오게임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값비싼 게임을 판매하는 것. 값비싼 커피 제품을 팔기 위해 사무실에 고급 커피메이커를 공짜로 설치해 주는 것 등입니다.


앤더슨은 이와 같은 '공짜 비즈니스모델'은 앞으로 더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디지털화가 더욱 강화될 것인데, 제품/서비스를 한 단위 추가 생산하는 비용이 '0' 즉, 공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엄 비즈니스모델'도 역시 '공짜 비즈니스모델'에 근거합니다. 이것은 무료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후, 고급 기능을 유료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입니다. 에버노트, 클라우드, 게임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지요. 서비스 사용자 중 5%가 지불하는 금액이 95%의 무료 사용자들을 보조하는 형태입니다. 5 : 95 라는 비율로도 충분히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기본인 무료버전을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비용이 '無'라 할 만큼 '0'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디지털화가 될 수 있다면, 조만간 모든 것이 공짜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은 세상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입니다. 무료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겠지요. 공짜를 활용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기억하세요. 앞으로 동종 사업에서 누군가는 당신이 유료로 제공하는 것을 '무료로 제공할 방법'을 찾아낼 것입니다. 소비자는 공짜라는 점에 귀가 솔깃해 질 것이고, 그것에 '관심과 시간'을 쏟을 것입니다.


당신은 공짜를 이용할 방법, 공짜와 경쟁할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무료로 만듦으로써 돈을 벌 수 있는 창의적인 사고를 지닌 인재가 최고의 인재가 될 것입니다.




스펙은 누군가 원하는 '통일성'이다. 그렇다면 '열정과 패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02년, 한 신문사의 인터넷 자유토론방에 짧은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그 글은 10만명의 시민을 시청 앞 광장으로 불러 모았지요.


"죽은 이의 영혼은 반딧불이 된다고 합니다. 광화문을 우리의 영혼으로 채웁시다. 광화문에서 미선이 효순이와 함께 수천 수만의 반딧불이 됩시다. 검은 옷을 입고 촛불을 준비해 주십시오. 집에서 나오면서부터 촛불을 켜 주십시오. 저 혼자라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주, 다음 주, 그 다음 주. 광화문을 우리의 촛불로 가득 채웁시다."


10만명을 모을 수 있었던 이 글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온 걸까요?

광고대행사 TBWA Korea의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가 말하길, 그 힘은 미디어가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Everything Changes' 점점 빠르게만 바뀌고 있는 세상. 그 안에서 'Nothing Changes'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하네요. 그것이 바로 '본질'이라고 합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그 중 우리에게 기억되는 것은 과연 몇 개나 될까요? 살아 남은 것들의 대부분은 본질을 잃지 않은 것들입니다. 우리가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중요한 건 본질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본질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박웅현 대표는 15년이나 넘게 수영을 해왔다고 합니다. 지금도 거의 매일 아침마다 레인을 30바퀴씩 돈다고 하네요.


그런데 사실 박웅현 대표의 운동신경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 한 달 동안 25미터를 가뿐히 가는데, 그는 무려 3개월이나 걸렸거든요. 더욱 놀라운 건 50미터까지 가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는 겁니다.


결국 같이 시작한 사람들이 상급반으로 갈 때까지 혼자만 나머지 반에 남아 있었죠. 하지만 절대 그만 두지 않고, 그저 자기 몫을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이렇게 묻더라네요. "당신, 창피하지 않아? 도대체 그 상황을 어떻게 견디는 거야?"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네요. "창피하냐고? 전혀. 잘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땀을 흘리려고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수영을 배우는 본질을 '땀 흘리는 것'으로 정한 겁니다. 수영을 배우는 목적을 '수영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일찌감치 포기했겠지요. 그러니까 그런 그에게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거죠. 이렇듯 본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흔들림이 달라지는 겁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 대학을 한번 볼까요? 이 학교는 2년 동안 전공을 정하지 않습니다. 문학, 역사, 철학, 이과 과목 2가지, 쓰기, 음악, 미술, 이렇게 교양만 배우게 합니다. 즉, 컬럼비아 대학의 '교육의 본질'은 교양과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어떻습니까?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예체능 과목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수능시험 잘 봐서 좋은 대학 가는 걸 교육의 본질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지식은 본질을 익힌 후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SKY에 합격하는 게 공부의 본질은 아닙니다. 공부를 통해 내가 풍요로워지고, 사회에서 경쟁력이 될 진짜 실력을 쌓는 게 그 본질이지요.




박웅현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펙은 그야말로 포장일 뿐이다.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람은 덩치만 큰 빈 수레와 같다."

"기업들이 스펙을 보니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스펙보다 그 사람이 진짜로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가 더욱 중요한 겁니다."


"저는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기준점을 밖에 찍지말고 안에 찍어.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별을 만들어낼 수 있어. 그러면 언젠가 기회는 오기 마련이야. 반드시 본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 둬!"


제가 생각하는 본질의 기준은 이런 겁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되는 것. 무언가를 할 때는 이 말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 보세요. '이게 나한테 진짜 도움이 될 것인가?'


제 경험상, 돈은 본질이 아닙니다. 돈을 따라가면 재미가 없고, 재미를 따라가면 돈은 따라오더군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 실력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해보고, 그것을 따라가세요.


박웅현의 <여덟 단어>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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