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한 번에 2가지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연구 주제는 1920년에 나왔다.

처음엔 심리학자들의 연구 주제로 끝나는 듯했지만, 1960년대부터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단어가 되었다.


'멀티태스킹'은 처음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에 쓰이던 용어였다.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하는 컴퓨터의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였는데, 원래 뜻은 컴퓨터가 여러 작업을 각각 번갈아 진행하면서 하나의 자원을 공유하는 걸 의미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바뀌었다. 하나의 자원으로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는 한 번에 단 하나의 코드만 처리할 수 있는데, 단지 작업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착각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도 효과적으로 일을 하려면 동시에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하지만 사람은 절대 2가지 일을 동시에 '제대로' 할 수는 없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

스마트폰을 항상 곁에 두고 시시때때로 집중의 대상을 전환하는 것.

당신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비극의 시작이다.


사실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문제다.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2가지 일, 아니 3가지 일을 한꺼번에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실수가 늘고, 반드시 해야 할 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버린다.


직장인은 11분마다 방해를 받고, 하루 일과 중 1/3을 집중력을 되찾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업무시간 내내 메일 알림이 뜨고 메신저는 계속 반짝거리는 게 일반적인 직장인의 컴퓨터다.


이런 상황에서 집중이 잘 될 리가 없고 흐름이 계속 끊기며 업무는 엉망이 된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일을 끝낼 수가 없으니, '일을 못한다'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사실 이 집중력 결핍은 인간의 본능에 속한다. 14초에 한 번씩 생각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하루 평균 약 4천 개의 생각이 수시로 머리를 드나들며 멀티태스킹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을 할 때, 도대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자발적이든 아니든 하나의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할 때, 사람의 머리는 2가지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첫 번째는 거의 즉각적이다.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첫째 것보다 조금 더 불규칙적이다.

바로 하려는 일이 무엇이든 그 일에 대한 규칙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TV를 보다가 빨래를 개는 것처럼 단순한 작업 전환일 경우, 비교적 전환이 빠르고 쉽다. 하지만 엑셀 작업을 하고 있는데 동료가 대화를 거는 경우, 곧장 이 일에서 저 일로 변동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거나 그만두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누적된 시간이 우리 일을 망치는 주범이다.


생산성 있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절대로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일을 할 때 멀티태스킹의 유혹이 다가온다면 이 질문을 떠올려보자.

'당신의 업무는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가?'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의 <The One Thing>을 참고


오늘은 평범하지만 비범한 이야기 하나를 쓰고 베끼고 정리해보겠습니다. 바로 아침에 잠을 깨워주는 스마트폰 알람 어플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물론 폰 자체 내장 알람은 아니고요...


일주일 전쯤 '가우리 난다'라는 MIT 학생이 만들었던 자명종 시계 '클로키 Clocky'에 대한 글을 올린적이 있지요? 바퀴가 달린 시계로 알람 시간이면 방안을 휘젓고 다니며 사람을 괴롭혀서,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발명품이었지요. (아래 링크의 글 참고)

2018/06/04 - [자기계발] - 변화 노력과 자기계발의 요소


오늘 소개할 알람 어플은 그것보다 한발 더 나아가 사람의 사소한 습관을 사용자가 응용하면, 일과 생활에 더 좋은 습관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한국인이 개발한 어플입니다.



"화장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칫솔을 물고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거 없었으면 회사 벌써 짤렸을 거다."


사람들의 아침을 바꾸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걸까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있고, 95개국에서 카테고리 1위를 찍고 있는 이것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만든 알람 어플 <알라미>입니다. 왜 알람 어플을 사람들이 2천만회 다운로드하며 열광할까요? 그건 알라미가 사람들의 습관을 가장 잘 이해한 어플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알라미는 색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알라미가 시간에 맞춰 알람을 울리면, 사람들은 그때부터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자신이 설정해둔 사진과 똑같은 구도와 각도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진인식 기술을 사용해서 등록해 놓은 사진과 최대한 비슷하게 찍어야, 알람이 해제되도록 만든 것입니다. 화장실의 샴푸를 미리 찍어 두었다면, 아침마다 화장실로 가서 샴푸를 같은 각도로 찍어야 하는 겁니다. 이러니 어떤 사람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찍어 아침을 커피와 함께 깨우기도 하고, 한 할머니는 매일 아침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사진으로 지정해두어, 까먹지 않고 약을 잘 챙겨 드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습관의 원칙이 숨어있습니다.

어플을 통해 사람들이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플이 사용자를 침대 밖으로 꺼내어, 다음 습관의 시작단계로 이어주기 때문입니다. 화장실로 가서 샴푸를 찍고나면, 샴푸가 머리를 감아야한다는 습관의 신호로 작용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또한 하나의 신호로 작용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죠.


어플을 통해 습관 패턴이 바뀌자, 사용자들은 '확실히 아침에 깨워준다'라는 입소문을 전세계에 퍼뜨렸습니다. 이에 해외 언론의 보도까지 겹치면서 알라미는 리뷰만 50만개가 쌓인 어플로 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알라미를 만들고자 했을 때, 개발자가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았다는 겁니다.



▷아직도 알람 어플 만드세요?

▷폰에 내장된 것도 있고, 알람 어플은 수백 종류나 되던데... 

▷알람 앱, 그거 간단한 거 아닌가요?


쉬울 거라고 개발자도 처음엔 생각했지요.

알람 어플의 기능은 그저 제 시간에 울려서 잘 깨우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실 알람이 제 시간에 울리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 계신가요? 사용자가 이용하는 스마트폰 종류가 수만 가지이고, 제조사 기종별로 제약이 많아 알람이 제대로 울리지 않는 순간들이 꼭 한 두번씩 생기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알람 어플도 평점이 좋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었습니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 아침에 못 일어난 사용자가 화가 나서 별점 1점의 악평을 달아 놓곤 하지요. 그래서 알라미는 남들이 멋져보이는 것을 할 때, 잘 울리게 한다라는 기본 기능 하나에 집중했다네요. 알람의 본질부터 제대로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그들은 백여종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구입해 테스트를 거쳤고, 매년 신형 스마트폰이 나오면 구입하여 끊임없이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스마트폰이라도 제 시간에 알람이 울릴 수 있도록 연구한 것이지요. 그렇게 알람이 울리지 않는 순간을 가능한 한 줄이자, 평점이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현재 어플의 평점은 4.8점, 동종 어플 중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까지 본질을 추구할 수 있나요? 개발자는 자신도 모르게 사용자와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답니다.


사용자의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던 개발자는, 사람들이 이상한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일부 사용자들이 알람이 울릴 때, 너무 귀찮은 나머지 휴대폰을 꺼버리거나 어플을 삭제하는 꼼수를 썼습니다. 결국 늦게 일어난 사용자는 개발자에게 이런 꼼수를 아예 쓰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알라미에게 이는 '무조건 깨워야 한다'라는 본질을 위협하는 문제였기에, 개발자는 제대로 사용자의 요청에 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가 아침에 어플을 삭제하거나 전원을 꺼버렸다는 후기를 남기면, 바로 알라미에는 '삭제 금지, 전원 끄기 금지 옵션을 추가한 것'입니다.


개발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스로 본질을 추구하려는 집착을 갖고 있기도 했지만, 사용자 요청을 반영하다 보니 아니, 사용자와 대결을 하다보니 저절로 본질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결국 처음에 무시받았던 알라미는 이제 해외에서 주목하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라미는 지금도 본질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평점이 높아도, 이제 모두가 인정한다 해도, 모든 사용자들이 다음날 아침 제 때에 일어날 수 있도록 어플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본질 하나를 발견하고, 끝까지 추구하는 것. 기업이 되었든 개인이 되었든,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꼭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일은 사진을 찍으며 아침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에게 꼭 필요한 습관에 맞는 사진을...

그러면서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고 싶은 본질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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