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찾아 정리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사실을 TV 방송에서 리메이크했던 것 같은데, 원래 제목은 '정신병원 들어가기'였던 것 같습니다. 부제는 'The truth is beautiful and terrible!'로 제가 임의로 달아봅니다.


1972년 10월, 정신과 의사를 찾은 한 남자.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려요! 텅 빈 듯하고 둔탁한, 맞아요!!! '쿵' 소리가 들려요!"

의사 : '쿵'이라고요?

"네, 쿵이요!!! 쿵!"

학계에 단 한 번도 보고된 적 없었던 '쿵!' 소리 환청으로, 그 남자는 정신과 의사와 20분 정도 면담 후 정신병원 입원에 성공했다.


같은 시각 심리학자, 대학원생, 화가, 주부 등으로 구성된 7명의 정상인들 역시 꾸며낸 다양한 증상으로, 각기 다른 정신병원 입원에 성공한다.


이 실험 연구의 주동자는 바로,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로젠한'이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 후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을 했다.

▷ 다른 환자들 도와주기

▷ 법적 조언해주기

▷ 수영장에서 놀기

하지만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의사가 로젠한에게 내린 진단은 '정신분열증 (조현병)'이었다.


한편, "당신은 미치지 않았어요. 병원 조사하려고 들어온 거 맞죠?"

그런데 가짜 환자의 정체를 단번에 눈치챈 진짜 환자들도 많았다. 어쨌든 그 후 로젠한은 52일 만에 '일시적 정신 회복'으로 퇴원했다.


데이비드 로젠한 David Rosenhan

(1929 ~ 2012)

심리학자,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


그런 후 다시 모인 8명의 공갈 공범자들.

8명 모두 입원 후 정상적으로 생활했지만,

정신분열증 (조현병) 7명

조울증 1명

8명 전원이 정신병 환자로 진단을 받았던 것. 최소 7일, 최장 52일, 평균적으로 19일간 입원했다.


이후 1973년 1월, 정상과 비정상을 분류할 수 있다는 확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한편의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제목은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 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이었다.

로젠한의 논문은 정신 장애가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들을 구분할 때, 현존하는 형태의 진단이 매우 부정확하다고 결론지었다.


로젠한의 가짜 실험에 정신 의학계는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그중 한 병원이, 진짜 환자와 가짜 환자를 정확히 가려내겠다며 로젠한에게 도전장을 낸다.

그리고 3달 후 그 병원은, 로젠한이 보낸 100명의 환자 중 91명의 가짜 환자를 찾아냈다고 승리의 확신에 찬 목소리로 연락한다.

그러나 그 도전에 로젠한은, 아예 환자를 단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



로젠한의 실험은 분명 결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는 분명한 진실이 있다.

꼬리표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결정한다.

로렌 슬레이터, 심리학자


선입견을 가지자 가짜는 진짜가 되었고, 의심을 더하자 진짜는 가짜가 되었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생각 한끝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하루오분>을 참고


아인슈타인은 몽상을 즐겼다. 그가 '상대성이론'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16살 때. 현대 물리학의 근본이 된 그 이론은 머릿속에서 구현된 갖가지 실험에서 출발했는데, 그중 특히 빛과 나란히 달리면 빛이 어떻게 보일지,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했다.


"내가 만약 아주 빠르게 빛을 따라가면, 결국 빛과의 속도 차이가 없어지겠지... 이때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본다면 내 얼굴이 보일까 보이지 않을까?"


그는 비록 이런 생각을 할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이를 통해 이제껏 물리학에서 만들어냈던 법칙 중 가장 인상적인 법칙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몽상 중에 뛰어난 아이디어가 떠오른 사례들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찰스 다윈과 프리드리히 니체 같은 사상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 비결로, 몇 시간이고 생각에 잠기는 습관을 말했다. 다윈은 생각을 깊이 하기 위해 '생각의 산책로'가 필요했고, 니체 역시 자신의 생각을 다듬기 위해 몇 시간이고 자연 속을 걸어 다녔다.



한 날 한 시가 바쁜 오늘날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런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비생산적인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역사 속 위인들이 이 과정을 가장 생산적인 활동으로 여겼다는 것은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들의 습관이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정말로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의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피오나 커는 '사색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한다.


몽상과 사색을 통해 생각을 정처 없이 떠돌게 만들다 보면 우리 기억의 파편들은 서서히 통합되어 가는데, 어느 순간 비선형적(nonlinear)인 연결이 시작되는 바로 그때, 우리는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복잡한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창조적인 해법과 아이디어를 필요로 할 때, 이러한 과정은 우리에게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하지요.


그녀가 강조하는 몽상과 사색은 사실 우리 일상에서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외부 정보에 휘말려 집중하지 못한 생각의 파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몽상과 사색은 의도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생각만을 하기 위한 2시간을 강조한다.

'2시간의 법칙'

오로지 생각만을 하기 위한 2시간을 따로 떼어놓고,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포함한 모든 정신 사납게 하는 요소들을 치운 뒤, 필기구와 노트만을 가지고 방안에 홀로 앉아 일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나의 일에 열의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목적 없이 행동하는가?'

'나는 일과 인간관계 사이의 균형을 잡고 있는가?'

'작은 일이지만 커다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이 시간을 통해 지금 곧바로 해야 할 일,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해야 할 일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된다면, 단언컨대 이 시간은 당신이 쏟는 시간 중 가장 큰 대가를 주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문제되기 전에 미리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이 시간이 아니라면 생각지 못했을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몽상에 빠진 시간 동안 자신이 찾아낸 아이디어나 정보가 하나 둘 축적되어가면, 어느덧 이 과정 자체가 '몰입'의 순간이 되어 2시간이 결코 길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런 방법으로 역사적 위인과 현대의 성공한 인물들은 '자신만의 마르지 않는 우물'을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바쁘다는 이유로 크게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가치를 주지 않는 사소한 일에 하루 2시간 이상을 쉽게 낭비해버리곤 한다. 이에 비하면 자신의 삶을 생각하는데 일주일에 2시간을 쓰라는 것이 결코 지나친 요구는 아닐 것이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자신의 영역에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은,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여 사색과 몽상을 즐긴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기술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지든, 이런 시간의 중요성을 깨우친 사람은 앞으로도 경쟁 우위를 점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기억하자.

'2시간의 법칙'

일주일에 하루, 2시간의 사색과 몽상.


혹시 누가 알겠는가?

이 방법을 믿고 실천하게 된다면,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참고 자료 :

지도 밖 길을 걷는 체인지 메이커들의 이야기 <체인지 그라운드>

스콧 벨스키의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
국내도서
저자 : 스콧 벨스키(Scott Belsky) / 이미정역
출판 : 중앙북스 2011.02.25
상세보기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

등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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