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주인은 누구일까?

세계 최장수 국가 일본의 기대수명은 83.7세, 그러나 일본 여성은 기대수명이 86.8세인 반면 남성은 80.5세.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3세, 여성은 85.5세이며 남성은 78.8세다.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 Top10 모두가 여성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세를 넘긴 사람들의 성별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7배 많다.

특히 한국은 의학기술과 복지제도 발전으로 2030년부터는 한국 남성과 여성 모두 세계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긴 국가가 될 것이며, 여성의 경우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90세 초과가 예상되지만 남성은 7살 짧은 84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도대체 왜일까? 술, 담배 때문에? 위험한 일을 많이 해서? 무모한 짓 때문에?

외부요인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여성과 남성의 평균수명 격차는 뚜렷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기본적인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생물학적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영국 뉴캐슬대학의 저명한 생물학자 토마스 커크우드가 제시한 ‘Disposable Soma 이론’이다. 소위 말해서 ‘일회용 신체 이론’?

여성과 남성은 같은 호모 사피엔스로 태어나 염색체 하나만 다를 뿐인데, 왜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일까?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으로, 남자의 몸에 근육과 골격을 형성하고, 수염을 나게 하며, 목소리를 두껍게 하고, 경쟁심을 돋우며, 성기를 발달시키는 작용을 한다.

거꾸로 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 근육이 줄어들고, 지방이 늘며, 털이 잘 나지 않고, 성욕이 줄어들고 발기부전이 나타난다.

이렇게도 소중한 남성호르몬이 남자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테스토스테론이 신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수컷 새들에게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고 그들의 활동을 관찰했다.

이를 투여한 수컷 새들은 공격성이 강해졌고, 여러 암컷과 여러 개의 둥지를 지었으며, 다른 수컷 경쟁자를 물리치고 더 많은 자식을 낳았다. 성공적인 번식 활동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에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는 고환을 제거한 반려견이나 연구를 위해 고환을 제거한 다른 동물들은 고환이 그대로인 수컷 동물들에 비해 장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컷을 수컷으로 만드는 고환을 제거하자 놀랍게도 그들 수명이 연장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회용 신체 이론’의 바탕이다.


우리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있다. 신체는 이 한정된 에너지를 골고루 신진대사, 번식, 치유 활동에 분배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남성은 여성보다 번식 활동에 더욱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치유 활동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치유 활동보다 번식 활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호르몬이 바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더 재미있어진다.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남성성을 일부러 약화시키기 위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한 사례가 있을까? 즉, 고환을 제거해서 수명을 늘린 남자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조사 결과 놀랍게도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분들은 바로 Korea의 eunuchs (=내시)다!

내시는 조선시대 왕족의 허드렛일을 하는 남자로, 궁궐 내에서 자주 마주치게 될 궁녀를 탐하지 못하도록 거세한 남자 시종이다.


한국의 생물학자 민경진 교수는 10여년 전 내시가 나오는 사극 드라마를 보다가, 실제로 조선시대 내시의 수명이 어땠는지 조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18~19세기에 작성된 <양세계보>라는 족보를 조사해 내시 81명의 평균 수명을 계산했는데, 그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시대 왕의 평균 수명은 47세로 50세도 되지 않았고, 양반들의 수명은 51~56세로 50세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모시던 내시의 평균 수명이 무려 70세로 나타난 것이다.

내시들은 왕과 양반의 수명을 20년이나 뛰어넘는 긴 고자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 81명 중 3명은 무려 100년을 넘게 살았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평균 수명이 가장 길다는 일본에서 100년을 넘게 사는 사람이 3,500명 중 1명 밖에 되지 않으니, 조선시대 내시가 100살을 넘길 확률이 현대 일본인의 확률보다 130배 높았던 것이다. 정말 믿기지 않는 결과다.


1900년대 초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신병에 걸린 수감자를 치료한답시고 거세를 하기도 했는데, 이때도 거세당한 수감자들은 다른 수감자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15세 이전에 거세한 것이 아닌 경우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호르몬은 소년이 2차 성징을 겪으며 성인 남자로 몸이 변화해갈 때, 수명과 연관된 생물학적 변화를 마치는 것으로 보인다.


잘 정리하고 기억하자.

남성은 여성보다 번식 활동에 더욱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반면, 치유 활동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적다. 그러니 오래 살고 싶으면 젊었을 때 잘라내야 한다.(ㅋㅋㅋ)


테스토스테론이 정확히 어떻게 남자의 수명을 단축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중이지만,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왜 여성이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진화해왔는지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상세한 것은 다음편에...)


출처 : <1분과학>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