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 페이스북을 보다가 옛 사우 남수근 군이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에 올린 사진 17장을 보고, 오늘은 특이한 여행에 대한 경험을 찾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는 모두 37개의 California Pier가 있는데, 이를 따라 여행하면 캘리포니아에 와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바로 알게 된다더군요. 예전에는 위락시설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현재의 피어는 면허 없이 할 수 있는 바다낚시, 해양 생물 구경, 햇살 가득한 거리에서 멋진 쇼핑과 식사를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으로 상징됩니다.


과거에 샌프란시스코 피어 중에는 관광객들을 매료시킨 장소로 주로 피셔맨스 워프 Fisherman’s Wharf를 꼽았는데, 지금은 대세가 '피어 39'이 SF의 활기찬 피어 문화를 대변해 보여주는 모양이군요. 인간적이고 로맨틱한 매력을 지닌 피어 중 꼭 한두 군데는 남수근 군도 방문하여,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즐기기 바랍니다. 파도 위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변화와 사람들, 날씨, 조류, 풍경과 살아 움직이는 바다의 역동적인 힘을 느껴보고 건강하게 돌아오기 바랍니다.



마흔 살이 되어서야 세계일주를 시작한 소설가가 있습니다. 그의 한 가지 소망은, '죽기 전에 내 발로 모든 대륙을 밟아보고 싶다.'였지요. 책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의 저자 올리비에 블레이즈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모든 대륙을 두 발로 직접 걸어서 일주하기로 다짐합니다. 그러나 그는 일을 그만두거나 가족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세계일주를 한다는 걸까요?


그는 일년에 한 달만 시간을 내서 도보여행을 하기로 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고, 다음 해에는 이전의 여정이 끝난 곳을 찾아가 다시 걷기 시작하죠. 그래서 그의 세계일주는 세상에서 가장 느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의 여행은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 유명한 랜드마크와는 거리가 멀지요. 그저 한 걸음씩만 옮기며 '오늘은 어디서 잘까? 뭘 먹지? 물이 다 떨어졌는데 어디서 구하지?'와 같이 우리가 평소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던 가장 기초적인 욕구에 관심을 가집니다.


왜 그는 이토록 느리고 힘겨운 도보여행을 고집하는 걸까요? 그는 말합니다. 장애물 때문에 지치고 시련이 있더라도, 땅에 직접 자신의 행적을 새기는 일이 나 다운 세계일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모두가 저자 같은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저자처럼 걷는 여행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가장 나 다운 여행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여행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사진에 풍경을 담아 기억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기록하지 않고 직접 느끼며 여행하는 것을 즐깁니다. 모든 여행은 각자의 의미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 의미는 여행을 하는 동안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저자 또한 길을 걸으며 매일 근육통과 물집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아무도 나한테 강요하지도 않았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관광객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는데, 왜 나는 냄새나는 몸을 이끌며 걷고 있는 걸까?'라고 자문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몇 날 며칠을 힘들게 걸어도 지구본으로 보면, 고작 몇 센티 떨어진 곳이라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여행이 끝나고 다음 여행을 준비할 때면, 어김없이 그의 가슴은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그에게는 여행을 하는 명확한 이유는 없는데 말이지요.


여행이 끝난다고 인생의 답이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여행을 하는데 대단한 이유나 목적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길목에 떠오른 삶에 대한 회의, 여행에 대한 취향, 앞으로 계획 등의 스스로의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여행의 가치 아닐까요?


저자의 모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자신도 이 여행이 언제 끝날지, 제대로 끝나기나 할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의 걸음이 모든 대륙에 흔적을 남기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은 왜 여행을 하시나요?

이 글을 통해 '어떻게 하면 가장 나답게 여행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각자의 여행에서 각자만의 답을 고민해보는 값진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
국내도서
저자 : 올리비에 블레이즈 / 김혜영역
출판 : 북라이프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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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drawthebook의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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