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

돼지는 다산과 재물의 상징이다. 한번 새끼를 낳으면 열마리 이상을 낳고, 또 자라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 팔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돼지라고 하면 보통 하얀 핑크색 말끔한 돼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토종돼지는 원래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재래돼지라고도 하는 토종돼지는 털이 까맣고, 미간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게 그 특징이다.


같은 종류는 아니지만, 제주도에 가면 ‘흑돼지’라는 제주도의 재래돼지가 따로 있다. 아마 흑돼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알 것이다. 이 흑돼지는 천연기념물 5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아주 맛있는 흑돼지.




천연기념물인데 어떻게 먹었느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흑돼지는, 제주축산진흥원이 사육중인 260여 마리만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잡아먹어도 상관이 없는 약간의 잡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연기념물을 잡아먹는다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다.


굳이 흑돼지가 아니더라도 돼지고기라고 하면 제주돼지가 유명하다. 제일 비싸고 제일 맛있는 돼지고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 제주돼지가 왜 그렇게 맛나기로 유명해졌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때는 1953년 제주도에 한 외국인 청년이 도착한다. 당시 나이는 25세에 이름은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청년은 선교활동을 위해 머나먼 아일랜드에서 제주도까지 오게 되었다.

당시 한국은 6.25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가난했고, 당연히 제주도민들도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당시 제주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흑돼지가 사육되고 있었다. 그때는 먹을 것도 별로 없고 가난해서, 이 흑돼지를 잡아먹거나 팔아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흑돼지는 다른 핑크돼지 (요크셔 종)보다 성장속도가 더뎠다. 흑돼지는 100Kg이 될 때까지 거의 1년이 걸리지만, 핑크돼지는 6개월이면 자란다. 


그런데 당시 제주도에는 핑크돼지가 없었다. 이걸 지켜본 선교사 청년은 제주도에 목장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주시 한림읍 아무것도 없는 곳의 황량한 땅을 샀다.

어쩌면 아주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청년은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또 직접 황무지를 자신의 손으로 개간해서 양돈농장도 세웠다. 그러고는 인천에서 새끼를 밴 요크셔 돼지 (핑크돼지) 한마리를 구해서 제주도로 가져왔다. 처음에 그 돼지는 열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그 돼지를 제주도민들과 함께 애지중지 키우게 된다.


한마리 두마리씩 늘어난 돼지들은 결국 15,000마리까지 늘어나, 이 목장(성 이시돌 목장)은 아시아 최대의 양돈농장이 되었고, 돼지를 외국에 수출하게 되면서 양돈사업은 굶주렸던 제주도민을 먹여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 이 청년이 가져온 한마리의 돼지 덕분에 양돈사업은 제주도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들이 요즘 먹는 대부분의 돼지는 ‘3원교잡종’이다. 그림에 나온 것처럼 교배하여 잡종을 생산해냈고, 그것이 지금 먹고 있는 우리돼지 ‘한돈’이다.

‘한돈’은 ‘한우’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전통 돼지가 아니고, 그 품종이 무엇인지도 정확한 기준이 없어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부분 이 3원교잡종을 쓴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같은 품종의 돼지면 맛도 거의 고만고만하게 비슷하지만, 특히 제주돼지가 맛있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설명한 것처럼 크게 번성한 제주도의 양돈사업은, 세월이 지나면서 기술이 고급화되었고 그 수준도 타 지역보다 많이 높아졌다. 그래서 제주돼지는 전국 돼지 중에서는 유일하게 정부(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하는 ‘지리적 표시제’에 지정되었다.


지리적 표시제는 쉽게 말해 그 고장의 특산물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렇게 지리적 표시제의 특산물로 지정되면 축산진흥원은 보다 엄격하게 그 품질을 관리한다.

제주도의 좋은 자연 환경과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양돈사업과 함께, 정부의 엄격한 관리까지 받기 때문에 품질이 좋고 맛있는 돼지가 생산되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여러 양돈농장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전국 축산물 품질평가대회’에서 6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제주돼지는 제주흑돼지 그리고 이베리코돼지와 더불어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어쩌면 무모했을지도 모르는 한 아일랜드 청년의 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 제주돼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는 제주돼지를 팔아서 번 돈으로 교회, 병원, 은행 등 제주도민을 위한 여러 복지시설을 지었으며, 처음 한국땅을 밟고 65년이 지난 2018년 4월 90세를 일기로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제주도에서 눈을 감았다.


대한민국 법무부는 그의 한국이름 ‘임피제’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명예국민증을 수여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검색창에 주소입력)

한국 술의 드라마, 소주의 신화와 전통

https://blog.naver.com/ishipworld/221483319473


<테스트와 지식창고> <Zattwo ZVS>를 참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