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연예인들의 줄 이은 고백 때문인지, 요즘은 예전에 비해 누구나 우울증증상을 가지거나 정신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또 치료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다양한 정신질환 중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우울증증상과 불안을 내보이는 공황장애가 있다. 이 질환이 두려운 진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공황장애증상을 가진 사람의 30~50%는 광장공포증이 올 수 있다고 말한다.


바깥이 두려운 사람들, 광장공포증.

남들이 두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가 중심이고 싶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광장공포증은 공황 현상이 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피할 수 없을까 봐 쇼핑이나 운전, 교통수단 이용, 장거리 여행 등을 피하는 경우이다. 심한 경우 집 바깥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 집에서만 지내고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광장공포증 :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것.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다'라는 착각.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광장공포증에 걸린 사람은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와는 반대로 모두에게 주목받고 세계의 중심에 서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집에 틀어박혀서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이들은, 가족 모두 자신을 배려하고 물심양면으로 봉사해주는 가족과 반려동물 사이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반면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한 바깥 세계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주목해주지 않는다. 그게 겁나고 두려운 것이란다.


광장공포증에 걸린 사람은 실은 모두에게 주목받고 세계의 중심에 서기를 바라는 것이다.

소속되고 싶은 vs 세계의 중심에 있고 싶은 욕구.

그들은 얼핏 보면 가정에 소속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다는 욕구와 세계의 중심에 있고 싶다는 욕구는 별개의 것이다.


어릴 때 응석을 부리며 부모에게 무엇이든 받으며 자란 아이는 커서 타인에게 받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고, 타인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는지에만 관심을 갖는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해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한 번이라도 그렇지 않은 현실에 직면하면 기분 나빠하고 때로는 공격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광장공포증이 아니더라도 이런 성향은 주변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응석받이로 키워졌거나 상벌 교육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인정 욕구'가 생길 수 있다. 또 인정 욕구가 커질수록 '내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해줬으니 당신도 내게 뭔가를 해줘야 한다'라는 생각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삶을 '기브 앤 테이크 give and take'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인데, 무엇보다 무서운 건 나를 세계의 중심에 두고, 내가 주는 만큼 받아야 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이 기우는 것이다.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고, 인정받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 결국 인정이 아니면 누구 앞에도 나서지 못하게 되는 삶, 자신의 기대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삶을 살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태도는,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에 만족하는 삶을 위해서는, 주고받는 삶보다 주는 삶에 익숙해지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태도는 타인이 내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나 역시 다른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다. 남들이 안 좋게 볼까 봐 두려워서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려는 사람은 자기 인생이 아니라 다른 사람 인생을 사는 것이다.


내 인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과 갈등과 마찰을 빚기 마련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긴다. 하지만 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면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사라질 것이다. 결국 타인의 인정이 아니더라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다.


태도 둘. 과제를 분리하는 것이다.

어떤 일의 최종 결말이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최종적으로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 지를 생각해보면, 그 일이 누구의 과제인 지 알 수 있다.


아이 공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를 생각해보자. 공부는 분명 부모가 아닌 아이의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조바심이 나고 불안해 어쩔 줄 몰라 한다. 아이는 내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대상도 내가 주는 만큼 돌려받아야 하는 존재도 아니다.


다른 사람은 내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나 역시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다.


기시미 이치로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참고


버티찰스 포브스의 말이다.

"과거에 미국이 성장할 때 기업들은 직장에 헌신적이고,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멀티태스킹에 능한 인재를 찾았다. 이런 직원들 덕분에 미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과로로 자살했다."


<일만 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런 클라우드 장치들은 사람들에게 언제 일을 멈출지, 언제 전원을 꺼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탄력적 근무시간의 탈을 벗겨보면, 복지의 가면을 쓰고있지만 편히 쉬어야 할 집까지 일이 따라온다. 또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워커홀릭이라고 말하니, 사람들은 잠도 못 자고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근무시간은 연간 2,124시간(2014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2,228시간) 다음으로 2위이다. 오랫동안 일하지만 생산성은 31위... 그 이유는 직원들이 실제 일하는 시간이 업무시간의 45%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55%는 업무와 관련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


직장인들이 좋은 직장에서 게을러서가 아니다. 맡은 일을 빨리 끝낸다고 퇴근을 빨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잔업만 떠맡기 때문이다. 그러니 근무시간 내내 제대로 일하거나 쉬지 못하고 반쯤 일하며 반쯤 딴짓을 한다.


책의 저자는 직장인들이 업무시간에 오히려 능동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휴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제대로 휴식하는 방법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능동적 휴식을 단순히 일하지 않는 상태로 여긴다거나, 주말이나 휴가처럼 짧은 시간에 반짝 누릴 수 있는 복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말에 밀린 잠을 몰아 자고, 드라마를 밤새워 정주행하는 게 쉬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휴식은 일이 끝난 후에 보상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커피 한잔을 두고 나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우리 뇌는 쉴 때도 정지하지 않는다.


신경과학자들은 휴식할 때 뇌는 비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일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 중 일부 부위는 멍하니 텅 빈 공간을 응시하고 있을 때도 여전히 활동하며, 심지어 일에 관련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할 때조차, 일부 영역은 업무와 직장에 사용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일을 쉬지 않고 하는 것보다 중간중간 능동적 휴식을 취하면 생산성이 더 좋아지고, 뇌에서 업무를 재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실제로 일리노이 공과대학 교수들의 연구시간과 베를린 음악학교 학생들의 연습시간을 살펴보니, 성과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높아지는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는 시간과 성과가 함께 늘어나다가 그 시간 이상부터는 다시 줄어드는 포물선 모양을 그렸다.


성과는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이나 과제에 얼마나 의식적으로 몰두하고 또 의식적으로 휴식을 취하는지에 달려있었다.


베를린 음악학교 최우수 학생들의 연습시간은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그냥 악기를 연주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강도 높은 연습을 했다.


'의도적인 연습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다. 연습량이 너무 적으면 그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연습이 지나치면 부상을 입는다든지, 정신적으로 무너진다든지, 몸과 마음이 완전히 소진될 가능성이 커진다.


각 분야 최고인 사람들이 1만 시간을 채워 그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믿지만, 최고가 되려면 1만 시간 동안의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1만 2,500시간의 의도적이고 능동적 휴식, 그리고 3만 시간의 수면과 힐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 수학자는 실제로 사람이 하루에 고도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시간에서 5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현실은 4시간만 일할 수는 없지만 능동적으로 일하고 그만큼 능동적으로 휴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류 작성하다가 인터넷 기사를 보고, 메신저로 수다를 떨면서 메일함 클라우드도 한 번씩 클릭하는 식으로, 업무시간 내내 일하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닌 멀티태스킹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급한 일이 없다면 이메일은 하루에 두 번만 확인한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는 건 어떨까?


팀에서도 몰입할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에는 팀원들이 온전히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집중하고, 휴식할 때는 장소를 바꿔 잠깐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구글이나 픽사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회사 안에 농구 골대나 안마의자 등 직원 복지와 능동적 휴식과 힐링 공간을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대한 천재들은 일을 적게 할 때

더 많은 것을 이루었다.

- 조르조 바사리 -


성공한 사람은 일을 무조건 오래 하거나 무조건 놀지 않는다. 필수 시간만 들여 일을 한다.

지금부터 능동적인 휴식, 의도적인 연습을 시작해보는 건 어떤가?


알렉스 수정 김 방의 <일만 하지 않습니다>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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