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성실하고, 착하고, 공부 잘하고, 잘 생긴 남자 대학생이, 여학생들과 미팅 중에는 관심을 독차지하다가 제 짝을 골라서는, 밥 먹을 때 '쩝~쩝~' 소리 내는 것 때문에 가차 없이 차이는 경우가 있지요?


제아무리 첫인상이 좋다 해도 부정적인 단점을 접하게 되면, 좋던 인상도 사라지게 마련인데, 오늘은 긍정보다 강한 부정의 힘에 대해 알아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학자인 엘리자베스 루카스 Elizabeth Lukas (1942~) 교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딸기 실험'을 했습니다. 딸기 바구니에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상한 딸기가 약 15% 정도 섞여있었습니다.

-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싱싱한 딸기를 골라서 그릇에 담게 하고,

- 또 다른 그룹은 상한 딸기를 골라서 별도의 그릇에 담도록 했지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열심히 딸기를 선별했습니다. 선별작업을 끝내고는 아이들에게, 바구니에 싱싱한 딸기의 양이 얼마나 되었는지 질문했습니다.


그 결과, 싱싱한 딸기를 골라낸 아이들은 거의 정확한 답변을 내놓은 반면, 상한 딸기를 골라 담은 아이들은 싱싱한 딸기의 양이 실제보다 훨씬 적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싱싱한 딸기가 전체의 반도 안된다고 답변했지요. 동일한 실험을 여러 성인 집단에게 반복했을 때에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또 다른 조사를 볼까요?

아이가 성적표를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영어 - 수, 국어 - 수, 과학 - 미, 수학 - 가'였습니다. 학부모가 '수'가 2개나 있다고 반응을 보였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좀 다릅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성적표에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 조사 결과, 77%가 '수학 - 가'라고 답했지요.


어떤 부정적인 정보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다른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것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데, 이것을 '부정성 효과 Negativity Effect'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의 인상을 결정짓는 것도 긍정적인 특징보다 부정적인 특징이 더 크게 작용하지요.

멋진 헤어스타일, 잘 생긴 외모, 패션 감각이나 호감도보다는, 험한 말, 나쁜 버릇, 지저분한 행동 등 부정적인 특징들이 더 크게 부각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할 때에도, 부정적인 정보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며칠 전 '사람의 지혜'에 관한 글에서도 썼듯이 뻔히 같은 말인데도, 지방이 20%인 고기보다는 살코기가 80%인 고기를 더 좋아합니다. 부정적인 정보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부정성 효과'는 원시시대부터 맹수들의 공격에서 생존하기 위해, 부정적 정보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생존을 위한 위험 회피나 위험 관리 본능에 그 뿌리가 있다는 거네요.


그러나 단점만 보다 보면, 그보다 더 큰 장점을 놓칠 수도 있겠지요.


EBS Culture <세상의 모든 법칙>을 참고하였습니다.




자주 쓰이는 말 '팩트폭행, 팩트폭력' =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팩트, 즉 모두가 인정할 만한 사실을 제시하며 잘못된 점을 꼬집어 설명하는 행위


폭행, 폭력이라 부르는 만큼, 때로는 상대에게 아프게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맞는 말이기 때문에 딱히 반박할 수도 없지요.


이것의 시작은 엉터리 선동과 여론 조작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언론의 기사나 시국을 시원하게 꼬집고, 사람들에게 통쾌함과 웃음을 선사했지요. 조금은 긍정적인 의미로 일상생활이나 SNS에까지 많이 쓰이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외국에서 'Stop Using Facts!'라는 말이 먼저 유행되었습니다. 팩트폭행은 인터넷 여론의 자정 작용을 도와줍니다. 일부 정치인의 몰상식과 무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사이다 팩트폭격기'로 불리며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팩트폭행이라는 글이나 덧글을 보면, 가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저 말로 남을 헐뜯고 깎아내리는 단순한 언어폭력마저도, 팩트를 제시했다는 것만으로 팩트폭행으로 둔갑하기 때문입니다.


폭행을 가한 가해자들이 팩트폭행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오히려 자신은 사실만을 말하는 팩트폭격기(?)라며 의기양양해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팩트폭행의 문제가 더 빈번하고 심각합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말이 관계를 쌓기 위한 도구가 아닌 대결의 도구가 되기 쉽습니다.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 그리고 다시 안 봐도 될 수 있는 상황은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할 필요가 없게 만들고, 앞에서는 하지 못할 말들을 거리낌 없이 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말은 도구로만 행세하고, 그 행위는 지식 자랑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팩트폭행은 말 그대로 사실만을 말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속에 내포된 2가지 의미를 살펴보죠.


1) '가르치기'와 '네가 틀렸어'

"그거 읽어본 적은 있냐? 가서 논문하고 책부터 좀 읽어보고 와라."

"해외서 몇 년 살아봐서 아는데, 괜히 아는 척하지 마라."

"뭣도 모르면서 글 쓰고 있네."


팩트를 제시한 것 같은데, '토론'이 아닌 '가르치기'가 됐군요.

원하지 않는 가르침은 상대방을 나보다 낮은 존재로 바라본다는 의미입니다. 결국은 네가 틀렸으니, 내가 가르쳐주겠다는 의도지요. 가르치는 것은 오직 상대방이 가르침을 원할 때 뿐입니다. 원하지 않는 가르침은 조언이 아닌 '폭행이나 폭력'이기 쉽지요.


2) 인신공격

"꼭 머리 나쁜 애들이 저런 말하더라."

"애인도 없이 집에 처박혀 있는 애들이 아는 척한다."

"사회문제에 관심도 없는 애들이 있어 보이려고 덧글 쓰지."


우리는 가끔 상대방의 의견이 잘못된 경우, 그 의견을 비판하지 않고 상대방을 비난합니다. 상대방이 무식하고 몰상식하기 때문에 그런 잘못된 의견이 나온다는 '인신공격'으로 연결됩니다.



그렇지만, 그의 의견이 틀렸다고 해서 그가 부족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우리 모두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선동에 취약하고 공부도 부족하지요. 누구나 처음부터 팩트를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팩트라는 어떤 사실이 뒤바뀌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면 그 주장을 비판해야지요. '네가 틀렸어'가 아니라, '네 의견이 틀렸어'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팩트폭행은 무엇일까요? 과연 올바른 팩트폭행이란 게 존재나 할까요?

토론이나 언쟁의 목적은, 자신이 올바르다 생각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제시해 상대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내 주장에 수긍하고, 내 논리를 이해하고, 내 방향에 공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럴 때 팩트폭행을 하면서 상대를 깎아내리고, 무시하고, 비난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보호하려 하지요. 자신의 주장과 자존심을 동일시하면서 반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팩트폭행은 도덕성의 문제를 넘어서,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자제 되어야 한다고 보입니다.


반론 할 때 내 목적을 먼저 생각해 봅시다.

비웃는 말투, 문제를 벗어난 인신공격, 남을 가르치려는 태도가 내 목적에 부합하나요? 내 목적이 그들을 낮춤으로써 나를 높이는 것인가요?


각자의 삶에서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생각이 일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를 팩트로 폭행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 걸까요?


온라인상에서 팩트폭행이라는 명목하에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영웅시 된다면, 일상에서조차 말로 남을 폭행하는 사태가 더 빈번해지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상대방에게 굴욕감을 주기 위해 팩트를 남발할까 두려워집니다.


팩트라는 것만으로 잘못된 목적이 정당화될까 봐 걱정됩니다. 말이 가진 힘은 굉장히 커서, 말을 어떻게 하느냐가 곧 자신을 규정하게 됩니다.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됩니다.


우리가 '팩트폭행'을 시원하다라고만 생각하며 당연시 여기게 된다면, 그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평범하지만 비범한 이야기 하나를 쓰고 베끼고 정리해보겠습니다. 바로 아침에 잠을 깨워주는 스마트폰 알람 어플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물론 폰 자체 내장 알람은 아니고요...


일주일 전쯤 '가우리 난다'라는 MIT 학생이 만들었던 자명종 시계 '클로키 Clocky'에 대한 글을 올린적이 있지요? 바퀴가 달린 시계로 알람 시간이면 방안을 휘젓고 다니며 사람을 괴롭혀서,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발명품이었지요. (아래 링크의 글 참고)

2018/06/04 - [자기계발] - 변화 노력과 자기계발의 요소


오늘 소개할 알람 어플은 그것보다 한발 더 나아가 사람의 사소한 습관을 사용자가 응용하면, 일과 생활에 더 좋은 습관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한국인이 개발한 어플입니다.



"화장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칫솔을 물고 거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거 없었으면 회사 벌써 짤렸을 거다."


사람들의 아침을 바꾸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걸까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있고, 95개국에서 카테고리 1위를 찍고 있는 이것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만든 알람 어플 <알라미>입니다. 왜 알람 어플을 사람들이 2천만회 다운로드하며 열광할까요? 그건 알라미가 사람들의 습관을 가장 잘 이해한 어플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알라미는 색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알라미가 시간에 맞춰 알람을 울리면, 사람들은 그때부터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자신이 설정해둔 사진과 똑같은 구도와 각도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진인식 기술을 사용해서 등록해 놓은 사진과 최대한 비슷하게 찍어야, 알람이 해제되도록 만든 것입니다. 화장실의 샴푸를 미리 찍어 두었다면, 아침마다 화장실로 가서 샴푸를 같은 각도로 찍어야 하는 겁니다. 이러니 어떤 사람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찍어 아침을 커피와 함께 깨우기도 하고, 한 할머니는 매일 아침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사진으로 지정해두어, 까먹지 않고 약을 잘 챙겨 드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습관의 원칙이 숨어있습니다.

어플을 통해 사람들이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플이 사용자를 침대 밖으로 꺼내어, 다음 습관의 시작단계로 이어주기 때문입니다. 화장실로 가서 샴푸를 찍고나면, 샴푸가 머리를 감아야한다는 습관의 신호로 작용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또한 하나의 신호로 작용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죠.


어플을 통해 습관 패턴이 바뀌자, 사용자들은 '확실히 아침에 깨워준다'라는 입소문을 전세계에 퍼뜨렸습니다. 이에 해외 언론의 보도까지 겹치면서 알라미는 리뷰만 50만개가 쌓인 어플로 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알라미를 만들고자 했을 때, 개발자가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았다는 겁니다.



▷아직도 알람 어플 만드세요?

▷폰에 내장된 것도 있고, 알람 어플은 수백 종류나 되던데... 

▷알람 앱, 그거 간단한 거 아닌가요?


쉬울 거라고 개발자도 처음엔 생각했지요.

알람 어플의 기능은 그저 제 시간에 울려서 잘 깨우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실 알람이 제 시간에 울리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 계신가요? 사용자가 이용하는 스마트폰 종류가 수만 가지이고, 제조사 기종별로 제약이 많아 알람이 제대로 울리지 않는 순간들이 꼭 한 두번씩 생기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알람 어플도 평점이 좋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었습니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 아침에 못 일어난 사용자가 화가 나서 별점 1점의 악평을 달아 놓곤 하지요. 그래서 알라미는 남들이 멋져보이는 것을 할 때, 잘 울리게 한다라는 기본 기능 하나에 집중했다네요. 알람의 본질부터 제대로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그들은 백여종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구입해 테스트를 거쳤고, 매년 신형 스마트폰이 나오면 구입하여 끊임없이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스마트폰이라도 제 시간에 알람이 울릴 수 있도록 연구한 것이지요. 그렇게 알람이 울리지 않는 순간을 가능한 한 줄이자, 평점이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현재 어플의 평점은 4.8점, 동종 어플 중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까지 본질을 추구할 수 있나요? 개발자는 자신도 모르게 사용자와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답니다.


사용자의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던 개발자는, 사람들이 이상한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일부 사용자들이 알람이 울릴 때, 너무 귀찮은 나머지 휴대폰을 꺼버리거나 어플을 삭제하는 꼼수를 썼습니다. 결국 늦게 일어난 사용자는 개발자에게 이런 꼼수를 아예 쓰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알라미에게 이는 '무조건 깨워야 한다'라는 본질을 위협하는 문제였기에, 개발자는 제대로 사용자의 요청에 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가 아침에 어플을 삭제하거나 전원을 꺼버렸다는 후기를 남기면, 바로 알라미에는 '삭제 금지, 전원 끄기 금지 옵션을 추가한 것'입니다.


개발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스로 본질을 추구하려는 집착을 갖고 있기도 했지만, 사용자 요청을 반영하다 보니 아니, 사용자와 대결을 하다보니 저절로 본질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결국 처음에 무시받았던 알라미는 이제 해외에서 주목하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라미는 지금도 본질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평점이 높아도, 이제 모두가 인정한다 해도, 모든 사용자들이 다음날 아침 제 때에 일어날 수 있도록 어플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본질 하나를 발견하고, 끝까지 추구하는 것. 기업이 되었든 개인이 되었든,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꼭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일은 사진을 찍으며 아침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에게 꼭 필요한 습관에 맞는 사진을...

그러면서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고 싶은 본질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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