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면서 친구로부터 부탁을 받고,

‘에이~ 우리 사이가 이 정도 밖에 안돼? 한 번만 도와주라.’

회사의 팀장은 승진 기회를 주겠다며 이렇게 말한다.

‘자네 키워주려는 거 알지? 그러니까 조금만 더 애써줘!’


남친에게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우린 영원할 거야. 혹시라도 헤어지면 나 죽어버릴지도 몰라…’

부모님이 반대하는 일을 하려다 이런 말을 듣는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대학까지 보내줬더니, 너는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구나?’


일상적으로 주고받았던 익숙한 이런 대화들이 모두 ‘정서적 협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정서적 협박이란 상대방에게 죄책감, 좌절감, 두려움 등의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하여 결국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도록 만드는 행동이다.




정서적 협박에는 여섯 단계가 있는데, 부탁을 들어달라던 친구와의 대화를 예로 들어 자세히 살펴보자.


1) 요구 Demand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 거지?’

늘 그랬듯 자연스럽게 정서적 협박자가 요구한다.


2) 저항 Resistance

‘또? 이번엔 좀 바쁜데…?’

부탁을 받은 우리는 소극적인 저항을 한다.


3) 압박 Pressure

‘왜 그래? 들어주기 싫은 거야?’

이전과 달리 시원한 답을 주지 않자, 친구는 자신도 모르게 압박을 시작한다.


4) 위협 Threat

‘에이~ 우리 사이가 이 정도밖에 안돼?’

이런 말로, 의도치는 않았지만 위협이 된다.


5) 굴복 Compliance

‘내가 진짜 바쁜데… 너니까 특별히 들어준다. 알지?’

협박이 성공했다.


6) 반복 Repetition

‘저기 이번에 내 부탁 들어줄 거지?’

이런 말과 더불어 정서적 협박이 완성된다.



쳇바퀴 돌 듯 지금까지의 과정이 반복되며, 협박은 더욱 강화된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정서적 협박의 관계로 연결된다.

대만 작가 저우무쯔는 심리상담으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정서적 협박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직접 상담을 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를 썼다.


그녀는 먼저 정서적 협박자의 마음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기본 전략은, ‘내 요구에 따라야만 좋은 사람이 되는 거야!’이다. 협박자의 기준으로 보면, 회사에서는 시키는 일을 묵묵히 참고 잘 해야 좋은 사람이고, 연인 사이에서는 늘 옆을 지키고 서로를 갈망해야 좋은 사람이다. 부모의 요구를 따라야만 효자가 되기도 한다.


좋은 사람 프레임을 씌우면서 죄책감을 이용하려는 전략이다.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이기적인 사람, 배은망덕한 자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거절하면, 그들은 화를 내면서 두 번째 전략을 이용한다.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지금 이렇게 화가 나고 좌절감을 느끼는 건 너 때문에 그래!’

‘내가 지금 죽고 싶은 느낌이 드는 건 너의 선택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우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죄책감을 느끼며 협박에 넘어간다.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나요? 상대의 감정에만 맞춰준다면, 당신의 감정은 누가 보살펴주나요? 상대의 감정은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가치관을, 내 감정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내 감정을 내가 먼저 중시하지 않는다면, 타인도 나를 똑같이 대할 것입니다.

꼭 기억하세요.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서 행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일시적인 만족, 일시적인 관계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상대방과의 사랑은 멀어져 갑니다.”


책은 ‘내 인생의 목적은 타인의 바람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타인의 부탁과 요구로 힘들게 짊어진 그 짐을 내려놓자. 이제 족쇄를 풀고 나를 돌아보자. 나는 나를 소중히 여겼는지, 내 감정을 잘 챙겼는지 살펴보자.


아직도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 말을 명심하자.

‘소중한 사람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끌려 다니는 삶이 아닌, ‘나 스스로 행복해하는 삶’이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면, 계속될 관계라면, 나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같이 기뻐해줄 것이다.


책은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정서적 협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라고 말한다.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마음의 울타리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 어그러진 관계를 풀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나가기를 바란다.


저우무쯔 저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 : 내 마음을 옭아매는 영혼의 감옥> <책그림>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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