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품은

내 생명의 피로 쓴 것이라.

- J.R.R. 톨킨 -


1930년대 초, 옥스퍼드대 영문학 교수였던 톨킨은 학생들의 과제를 검사하던 중, 우연히 백지 한 장을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그는 그 종이에 짧은 한 문장을 적는다.

'땅속 어느 굴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 In a hole in the ground there lived a Hobbit.'

모든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현대 판타지의 기본 공식 = 오크, 엘프, 드워프

이 모든 것을 만든 작가 J.R.R. 톨킨


이후 그는 자신이 생각해낸 '호빗'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매우 정교하게...

톨킨이 글 쓰는 것보다도 먼저 만들었던 것은, 호빗이 사는 세상 '샤이어'의 지도였다.

어느 날 문득 적었던 한 문장으로부터 6년이라는 집필 기간 끝에 호빗의 이야기는 세상에 나오게 된다.




이야기의 치밀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속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다 보면, 마치 톨킨이 샤이어에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언어학 재능으로 '엘프어'를 만들고, 인물들은 각자의 생활방식과 성향을 가진 하나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


소설가 톨킨은 어느새 '중간계(땅과 하늘의 가운데 땅)'를 창조하고 있었다.

<호빗>에 대한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출간 이후 3개월 만에 책은 완판되었다.

곧이어 톨킨은 중간계의 두 번째 이야기를 준비한다.


호빗 이전의 중간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호기심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이야기, '실마릴리온'이다.

중간계를 포함한 '아르다' 전체의 역사와 신화를 다루는 방대한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러나 예상외로 차가운 독자들의 반응으로 <실마릴리온>은 출판조차 되지 못했다.


그 <실마릴리온>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호빗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호빗'이라는 매력적인 존재 때문에 이야기를 읽었던 것이다.

다시 호빗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수년간 톨킨의 새로운 책은 나오지 않았다.



포기하려고 했던 톨킨... 그때 톨킨을 끊임없이 격려하고 칭찬해준 친구 C.S. 루이스.

10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마침내 출간된 중간계의 3번째 이야기,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20세기 판타지 문학의 정점을 찍다.'


1973년 톨킨이 사망한 이후,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이 원고를 정리하여, 1977년 비로소 <실마릴리온>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친구 C.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로, 어린이 판타지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톨킨이 '중간계'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진짜 이유는, 오랜 전쟁의 역사와 기록의 부족 때문에 제대로 된 '신화'가 없었던 영국을 위해, 톨킨은 영국의 신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그의 '중간계' 이야기는 근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신화'로 자리 잡았다.

조만간 톨킨과 루이스 두 판타지 작가의 특별한 우정을 정리해서 포스팅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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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 아인슈타인 -


원리를 알면 '발명'이 쉽다.

타임스(런던) 선정 '세계 최고 10대 팟캐스트' <50 Things That Made the Modern Economy> 방송인이자 작가 팀 하포드 Tim Harford는, 영국에서 경제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저널리스트로 가장 강력한 트위터리안 20인 중 한 명이다.


하포드는 100억 개 넘는 제품, 서비스와 지구상 70억 인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한다.

우리가 이 연결 관계를 모두 알 수 없을뿐더러, 세계 경제가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는 딱 50가지 발명의 원리를 통해 변화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발명이 고매한 학자가 연구실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기상천외한 실험에 의해 다 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 내가 하는 반짝이는 기발한 생각이 세계경제를 쥐고 흔들 아이디어가 될지도 모르니 주목해보자.


세계를 바꾼 발명품 하나 → 배터리 :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 '배터리'의 발명은 '개구리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1780년 루이지 갈바니 Luigi Aloisio Galvani는, 서로 다른 두 금속을 죽은 개구리의 절단된 다리에 갖다 대면 움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갈바니의 연구를 이어받은 과학자인 그의 조카 알디니 Giovanni Aldini는 1803년 처형장에서 또 다른 자극 실험을 한다. 군중들 앞에서 교수형 당한 죄수의 항문에 전극을 꽂은 것이다.

전극을 꽂자 사체는 경련을 일으켰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극을 얼굴에 갖다 대자 입이 일그러졌고, 그리고 갑작스럽게 눈을 치켜떴다.


당시 전기로 시체를 살릴 수 있다는 갈바니즘 Galvanismus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 정도면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저자 '메리 셸리 Mary Shelley' 역시 실제로 갈바니즘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 시체를 살리는 것은 오류로 밝혀졌지만, 이 오류는 알디니의 친구 '볼타 Alessandro Volta'에게 영향을 주었고, 결국 볼타는 1800년 세계 최초의 배터리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세계를 바꾼 발명품 둘 → 아이폰 :


스티브 잡스 (1955~2011)와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아이폰은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하지만 하포드가 주목한 것은, 아이폰을 구성하는 12가지 핵심기술이 스티브 잡스가 아닌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핵심기술인 '인터넷' 월드와이드웹은 팀 버너스 리 Timothy Berners-Lee의 연구로 탄생했는데, 버너스 리는 유럽의 여러 정부가 공동으로 제네바에 설립한 입자물리학 연구소의 기술자다.

'터치스크린' 역시 영국의 정부기관에서 연구하던 기술자 E.A. Johnson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앞으로 기대되는 기술 '시리 Siri' (음성 인식 기술) 역시 미국 방위고등 연구계획국 DARPA이 스탠퍼드 연구소 SRI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발명되었다.


아이폰이 개발되기 7년 전인 2000년, 군사 인력의 업무를 도와주는 '디지털 비서'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총 40개 대학에서 다양한 기술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2007년 신생 기업 Siri Inc.의 설립으로 상업적 결실을 맺었고, 애플은 그 회사를 인수해 아이폰에 적용한 것이다.


물론 터치스크린, 인터넷, 음성 기술이 없었더라도 스티브 잡스는 천재니까 무언가 만들어냈겠지만, 아이폰처럼 세상을 뒤흔들 획기적인 신제품은 아니었을 것이다.

발명의 또 다른 이름은 발견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를 바꾼 발명품 셋 → 부동산 등기 :


내 집을 증거하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권리인 '부동산 등기'는, 한 권력자의 정복 사업을 위해 최초로 발명되었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끊임없는 정복 사업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새로운 조세 시스템을 찾고 있었다. 부동산이야말로 과세를 위한 가장 적절한 대상으로 보였고, 프랑스 영토 내 모든 부동산에 대한 정밀한 지도를 작성하고 이의 소유권을 등록하도록 지시했다.


그 후 그는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를 정복했고, 그곳에도 등기 시스템을 구축했다. 권력자에 의해 발명되었지만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 등기 시스템이 간편하고 효율적인 국가일수록 부패 지수와 암시장 비중이 낮고, 신용 거래와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발명은 시대에 따라 이익의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동물과 자극이라는 탐구 주제에서 배터리가 탄생하고, 군사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술이 지금은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시리로 탄생했다.


가장 이기적인 욕망이 다수에게 편리를 주는 발명, 당신의 상상이 바로 그 시작이다.


팀 하포드 저 <경제학 팟캐스트> <지식을 말하다>를 참고


덥수룩한 수염에 머리가 벗어진 학생이 프로그래밍 첫 수업에 들어왔다.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지도교수인 브라이언 로스는 컴퓨터과학 과목에 수강 신청을 했다. 교육 받는 다른 학생보다 최소 열다섯 살 이상 나이가 많은 그는 강의실에서 '아저씨'로 불렸다.


강의가 있는 날은 늘 긴장됐다.

하지만 그에게 유리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학습 방법을 연구해 온 전문가이자, 비록 과소평가를 받아왔지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자기 해설 학습' 전략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해설 학습은 스스로에게 '이게 무슨 의미이고 왜 중요하지?'라고 말하기로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이는 속으로 읽지 않고 실제 목소리를 내어 자기에게 말하기 할 때 더 효과적이다.

자기 해설 방식으로 자신에게 개념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보다 약 3배 정도 많은 양을 학습하고 암기한다고 알려졌다.


로스 교수는 교재를 공부하면서 스스로 끊임없이 말하기 질문을 던졌다. 문장마다, 문단마다 그는 자기에게 묻고 또 묻는다.

▷ 방금 읽은 것이 무슨 내용인가?

▷ 기본 원리는 뭐지?

▷ 앞에서 나왔던 개념은 아닌가?




다른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컴퓨터 상식이 많이 부족했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깨치게 되었다. '자기 해설 공부법'은 프로그래밍을 모르던 교수를 어떻게 우등생으로 만들어 주었을까?


자기 해설 공부법


1) 혼자 말하기를 한다

혼잣말의 말하기는 이 학습법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공부 속도를 늦춰주는 효과가 있는데, 이처럼 신중하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면 동일한 경험으로 더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있다.


2) '왜?'를 묻는다

자기 해설은 다른 방법으로는 탐색할 수 없는 호기심과 창의력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자기에게 '왜?'라는 질문을 해보라. 이때 그 학습 주제를 잘 알고 있다면, '왜?'라는 질문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내용에 관해 잘 모르면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몰랐던 것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기회가 된다.

가령 '파도는 왜 생길까?'와 같은 질문으로 자기 해설 공부법을 연습한다고 해보자. 파도는 바람과 관련이 있는데, 수면에 바람이 불면 잔물결이 생기고... 이런 기초적 설명은 어렵지 않겠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에 올 질문이다.


바람이 왜 물을 위로 들어 올리는 건가?

여기부터는 인터넷을 검색해, 에너지가 물을 통과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의 내용을 읽으며 몇 가지 답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이 과정을 마칠 때쯤엔 결국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3) 요약한다

요약은 나의 언어로 직접 나의 생각을 담아내는 행동으로, 근본적으로 학습에 유익하며 간단히 자기 해설을 실천하는 집중력이 필요한 방법이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의견을 누군가에게 이메일로 보낸다고 상상해보자.

요약을 통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구체화하고,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논리를 구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다큐멘터리 자체와 그 내용에 관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어떤 내용을 스스로 요약하고 말하기 단계를 거치면 훨씬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4) 연결점을 찾아본다

자기해설식 학습은 정보를 서로 잇는 연결점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결점을 찾아보는 것은 암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누군가에게 어떤 개념을 설명하려면 다른 개념과의 상관관계를 찾게 되는데, 연상 암기법 등의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상을 암기할 때 각각의 첫 글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연상작용의 고리를 만들어 '빨주노초파남보'로 외우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자신이 잘 아는 전문분야 내에서 어떤 연결점을 발견하면, 더 높은 단계의 창의력과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로스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강의를 들은 후, 자신에게 자신의 언어로 개념을 설명해보려고 애썼다. 자기 해설을 하면서 말하는 내용 대부분은, '가만 보니 A가 B로 가고, B가 C로 가니까 A에서 C가 되는구나'처럼 '대부분이 연결점을 찾는 시도였다'라고 그는 말한다.


새로운 지식이 쏟아져 나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면서, 학습 능력은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능력이 되었다. '자기해설 학습법'으로 이 시대의 연결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통찰력과 스킬을 갖춰보자.


<Talking to Yourself (out loud) Can Help You Learn, H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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