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사람들은 빅데이터 같은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중시합니다. 반면에 첫인상 같은 느낌이나 순간적인 판단은 덜 중요시 여기죠.

어째서 현대인들은 분석적인 영역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통찰이나 직관과 같은 데는 더 낮은 가치를 부여하는 걸까요? 이에 대한 답을 책 <블링크>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조각상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보존 상태가 좋은 쿠로스 석상이 발견되어 박물관이 구매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상을 잠깐 본 두 전문가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박물관은 쿠로스 석상이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진 진짜 유물인지 분석하기 위해, 별도의 팀을 꾸려 14개월 간 조사를 진행했고 결국 진품이라는 판정을 내립니다. 그래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위조품이라는 증거가 자꾸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재검증을 거친 결과, 석상은 1980년대에 만들어진 가짜로 밝혀집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분석 작업보다 한 번 훑어본 전문가의 직관이 더 정확했던 거죠. 14개월의 조사보다 정확한 2초의 직관, 그것이 책 <블링크>의 주제입니다.




이 책은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통찰과 직관을 강조합니다. 오히려 ‘분석하지 말고 통찰하라’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내놓고 데이터와 분석의 방식보다는, 찰나의 직관적 결론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합니다.


직관은 문제의 핵심을 바로 꿰뚫는 통찰력을 뜻합니다. 이성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핵심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과잉 시대’, ‘버림’과 ‘통찰’로 성공으로 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이 정확히 들어맞을 때, 찜찜한 느낌의 일들이 손해를 끼쳤을 때 등을 경험하면서 직관의 힘을 느낍니다.


아인슈타인은 인간의 능력 중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이 직관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직관은 ‘딱 보면 아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인간의 두뇌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누어집니다.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주로 의식의 영역을 활용합니다. 그러나 처음 만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우리는 직감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이런 순간적 판단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익힌 독특한 의사결정 장치로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납니다.

단 몇 초 만에 이루어지는 이런 결정을 우리는 고정관념에 갇혀 더 가치가 낮거나 오류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은 인간의 정신은 정교한 사고를 많은 부분 무의식의 영역으로 처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일을 의식의 영역으로 처리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를 상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운전하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수저를 어떻게 들어야 제대로 입에 겨냥할 수 있는지, 운전대를 어느 각도로 틀어야 정확히 우회전할 수 있는지 일일이 계산하고 행동해야 한다면,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나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무의식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또 다른 의식 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해결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블링크 Blink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첫 2초 동안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의미합니다. 이런 순간적인 판단의 핵심을 ‘얇게 조각내기’라고 부르는데, 얇은 경험의 조각들을 토대로 상황과 행동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런 패턴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CEO들 중에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직관과 통찰을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회사를 이끌어 나갑니다.


그렇다면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탁월한 의사결정자들은 덜 중요한 98가지 요인을 직관적으로 차단하고, 정말 중요한 2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합니다. 바로 가지치기와 정수 추출로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은 가차없이 쳐내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직관과 통찰이 가능해지고, 신과 같은 혜안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저자는, 순간적인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무의식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외부 영향에 매우 민감해서 오류 및 편견에 빠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이미지는 모두 각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개가 위험하다고 말한 사람은 아마 어렸을 때 개한테 물린 경험이 있을 것이고, 개 사진만 봐도 애정이 넘치는 사람은 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동안 축적된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완성된 틀에 맞춰서 보고, 듣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결국 순간적인 판단을 잘하는 핵심 비결은 뼈를 깎는 노력과 고뇌의 순간들을 거쳐서 이루어집니다. 판단에 필요한 경험을 많이 쌓고,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또 축적한 정보와 경험을 빠른 속도로 사용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직관이 뛰어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자신의 무의식적 반응을 차근차근 살펴 구체화해 정리하고 관리한 덕으로 돌립니다.


<블링크>는 일시적인 감정이나 느낌, 직관에 의존해 내리는 ‘순간적 판단’은 아니며, 오랜 험과 전문 지식이 체화된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입니다.

한마디로 ‘축적된 경험과 결과물로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익힌 독특한 의사결정 장치’인 셈이죠.


우리 모두는 이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능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느냐는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북올림>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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