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또라이 지도자 때문에 전 세계가 개고생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자유무역 국가인 미국이 자유무역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과 행동으로, 전례 없는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다. 수입품 관세 부과에 대한 계산된 트럼프의 중구난방이 그 이유다.

 

관세는 가격으로 수입품을 견제하는 제도이고, 쿼터제는 수입물량을 제한함으로써 견제하는 제도다.

자유무역체제가 시작되기 전의 세계는 관세와 쿼터제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트렌드였다. 현재도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국가는 여전히 이 두 가지 제도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한국은 자유무역체제에서 큰 혜택을 입은 나라로, 우리는 그 체제를 당연한 상식으로 여긴다.

자유무역체제의 뿌리는 데이비드 리카도 (1772~1823)의 ‘비교우위론’에서 시작했다.

 

‘한 나라의 어떤 재화가 비록 상대국의 것에 비해 뒤처지더라도, 생산의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인 우위를 지닐 수 있다는 개념’으로, 상호 무역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이나 생산성을 고려해도 비교우위론은 성립한다.

 

미국은 자유무역의 신봉자로서 무역장벽을 세워 보호무역을 지키려는 나라에 대해, 온갖 압력을 동원해서 시장을 열도록 강요해왔다. 비교우위론은 주류 경제학에서는 절대적 진리였다.

그러던 미국이 갑자기 자유무역체제를 거스르는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이 자유무역체제를 도입한 배경을 먼저 알아보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 우즈에서 금융회의가 열렸다.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고 고정환율 제도를 실시하여, 각 나라 간의 환율을 안정시킨 것이다. 이것은 자유무역을 확대하기 위한 기초작업이었다.

 

미국은 솔선수범하여 시장을 개방했다.

그전까지 세계는 자국 시장은 굳게 닫은 채, 남의 것은 활짝 열기 위한 쌈박질만 했다. 자기네 물건을 팔게 해달라고 이웃 국가에 압력을 가하고, 물리적 힘도 종종 썼다.

그렇게 자국 시장은 굳게 닫은 채, 옆 나라 시장은 개방하려는 도둑놈 심보를 모두들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스스로 시장을 개방하고, 모든 무역 활동을 세계 최강의 미해군으로 지켜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후 독일과 일본에게도 이 무역체제에 동참하라고 제안했다.

자국에 이득이 된다면, 미래에 이득이 될 수만 있다면, 과거의 적인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지정학 전략가이자 안보 전문가인 피터 자이한의 책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현재와 같은 세계 질서로 만들 수밖에 없던 한계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승전국이었던 미국은 왜 추축국들을 점령하지 않았던 것일까? 과거 영국처럼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 답은 간단하다.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그런 점령지 관리에 대한 노하우도 없었다. 분명 식민지에서는 데모도 하고, 독립을 위한 시위도 하고,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이다.

 

식민지 정책이 각 나라들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도록 만들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과거의 사례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각 나라의 독립된 지위를 인정하고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힘으로써, 유사시 지켜준다는 약속과 함께 안보 동맹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왜 시장을 개방했을까? 미국이 시장 개방과 경찰국가를 자처한 이유는 크게 2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1) 소련에 대한 견제

소련과 맞닿은 나라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방어막으로 키우는 것이 유리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 일본, 독일 등을 식민지로 삼아 소련에 직접 대항하는 것보다, 확실한 우군으로 키우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효율적인 방법이었던 것.

 

미국 체제에 합류하면 군사력으로 보호해준다고도 약속했다.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은 그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미국의 큰 그림이었다.

 

2) 중동의 석유

미국은 산유국이긴 하지만 오랜 기간 석유를 수입해온 나라다. 중동의 석유 생산국으로부터의 수송로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바닷길을 미해군이 잡고 있어야, 유라시아 대륙에 있는 석유를 본토로 무사히 싣고 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해야 할 2가지 이유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1990년 소련은 몰락했고, 미국은 혁명이라 불릴 정도의 기술 발달로 셰일오일 생산을 시작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었지만, 이젠 국내에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석유 수송로를 보호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기도 하다.

 

1944년 시작된 브레튼 우즈 체제의 자유 무역시대를 맞아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등은 수출 위주의 전략을 펼쳐 급성장할 수 있었다. 한편 자유무역체제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해외 국가들이 싸고 질 좋은 제품을 미국시장에 팔다 보니, 미국은 전 세계에 천문학적인 빚을 지게 되었다.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와 같은 국가들은 자유무역체제만을 위한 독특한 경제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부를 쌓을 수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주력 산업을 하나씩 뺏기니 미국 내 일자리가 사라져 가고, 빚만 천문학적으로 늘어가게 된다. 또 세계의 경찰 역할까지 수행하느라 미군 유지 비용도 상당했다.

 

미국은 지금껏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가량을 지출하면서 세계 각국의 교역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트럼프 주장만 해도 미국 사람들 입장에선 납득이 간다. 외국에 빼앗긴 산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와 일자리를 확보하고,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들에게 방위비를 청구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자유무역체제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언어나 행동 때문에 또라이로 묘사되는 트럼프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는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여한다. 또한 방위비 부담금 인상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피터 자이한은, ‘미국은 저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실패한 정책을 내놓더라도 나라가 위태로워지지는 않을 수 있다. 다른 나라는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나라가 거덜난다!’라고 말한다.

아주 인상 깊은 말이다

 

동남아나 남미 국가들의 흥망성쇠는 세계의 변화와 흐름 속에서 어떤 지도자가 집권하고, 어떤 정책을 펼쳤느냐에 따라 달라져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이 지금의 경제 대국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주도한 세계 자유무역체제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체제 변화에 잘 대응해서 세계적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세상이 변함에도 과거의 상식에만 의존하여 자유무역체제가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자유무역체제가 필요한 당사자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니만큼, 더 큰 관심과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리고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나라가 거덜난다’라는 말은 가혹해 보이지만, 명심해야 할 말이다. 우리도 벌써 뼈저리게 경험한 사실이다. 다른 건 접어놓고라도, 한국의 다음 총선과 대선에 대한 경고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깨끗하고 정직하기만 해도 된다. 국민이 똑똑하니까…

1997년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분명히 못하던 싱가포르가, 그들 지도자의 청렴함 하나로 지금 우리보다 2배나 더 잘 산다.

 

<BetterLife> 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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