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대학교 스타트업 분야 최고의 명강사로 꼽히는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현재 페이스북, 스페이스X와 같은 수백 개 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혹시 지금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려 하는가? 좋은 출발을 위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당연히 진보된 미래를 떠올립니다. 진보란 둘 중 하나입니다.

'수평적 진보''수직적 진보'


수평적 진보는 이미 입증된 것을 복제하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1에서 n으로 수가 확대됩니다. 복제된 n이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혁신이 수반되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경쟁이 심화됩니다. 경쟁이 심해지면? 경제학적으로 이익은 '0'으로 수렴하게 되지요.


그다음 수직적 진보는 아예 새로운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0에서 1로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복제가 아닌 무에서 새로운 유를 창출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볼게요.



한 개의 타자기를 보고 100개의 타자기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수평적 진보를 이룬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개의 타자기를 보고 워드프로세서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수직적 진보를 이룬 것입니다.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 '1'은 경쟁시장 '0'과 대비되는, 곧 유일의 독점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0의 시장에서 1의 시장으로의 이동은, 0의 이익과 대비되는 막대한 독점 이윤을 얻게 됩니다. 이제 여러분들과 수직적 진보를 이룬 '1' 독점기업들의 네 가지 특징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첫째, 독점기업은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독자 기술은 타인이 복제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독자 기술은 현존 대체 기술보다 10배 정도 더 뛰어나면 됩니다. 10배가 되지 못한 개선은 지엽적인 개선으로 인식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둘째, 독점기업들은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해당 제품이 더 유용해지는 것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역설적이게도 아주 작게 시작해야 합니다. 초기 페이스북은 하버드 대학에서만 사용되었습니다. 지구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디자인된 것이 아닙니다.


셋째, 규모의 경제입니다.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효과)

소프트웨어 사업을 예로 들어볼까요? 제품 한 단위를 추가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거의 제로입니다. 따라서 제품의 생산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초기 투자비용의 분산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요가센터를 운영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사업이 잘 되어 지점을 낼 수도 있겠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를 빼면 수익률이 그저 그렇습니다.



넷째, 브랜드 전략입니다.

독점기업은 튼튼한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튼튼한 브랜드는 어떻게 구축할까요? 브랜드 역시 역설적이게도, 브랜드 자체에서 시작하면 위험합니다. 브랜드 전략 하나만으로 브랜드는 결코 일어설 수 없습니다.


애플 브랜드의 바탕에는 여러 우위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구성 생태계 등 실질적인 요소들이 그 바탕에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설명이 길어졌지만 이 중에서 한 가지만을 강조한다면, 반드시 작게 시작하고 점차 늘려가라는 것입니다. 작게 시작하면 저절로 독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너무 작다 싶을 만큼 작게 시작하기 바랍니다. 큰 시장보다 지배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이제 새로운 일을 한 번 시작해볼까요? 그런데 여전히 초기 시장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고요? 그러면 큰 것이 맞습니다. 줄이세요. 그리고 독점하세요.


<Zero to One>의 저자 피터 틸의 강연회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와 <체인지 그라운드>를 참고.



가상통화공개 ICO

Initial Coin Offering :

기업이 독자적인 가상통화를 발행, 판매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나 과정.

투자자는 '코인'이나 '토큰'이라 불리는 디지털 통화를 구입하는데, 원칙적으로 대가는 지불 받지 못한다. 종래의 기업공개 (IPO Initial Public Offering) 이외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경제나 돈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금융의 중심인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시장(자본시장)은 사람들의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세계이고, 현대 자본주의의 장.단점을 모두 분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어쨌거나 자본시장은 이미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체제가 되었고, 금융 역사의 귀결이자 사람의 욕망을 최적화한 결과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2016년 후반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가 보급되기 시작하여 찬반 논쟁을 부르더니, 단 1년 만에 우리 경제의 모든 것인 양 세력을 확장했다. 2018년에는 가상통화를 기반으로 한 자금 조달 수단인 가상통화공개(ICO)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누가 보더라도 돈과 경제의 양상은 크게 변해가고 있다.


오늘날 돈의 발행을 결정하는 기관은 국가가 관리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다.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은 대영제국의 잉글랜드 은행이라고 한다. 프랑스와의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1694년에 만든 이 은행은, 원래 영국 왕실과 귀족들이 제안해 만들어진 민간의 대형 은행이었다.


당시엔 은행이 각자의 예탁증권인 은행권을 발행하여 유통했다. 지금의 가상통화 가운데 '알트코인'과 같은 것이다. 잉글랜드 은행이 발행했던 은행권도 국가가 정한 법정통화가 아니라, 대형 은행이 발행하는 증서의 하나였던 것이다.

▶ 알트코인 (Altcoin) :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가상통화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 후 150년 가까이 지난 1833년에야 비로소 잉글랜드 은행이 발행하는 은행권을 법정통화로 정하고, 1844년 Peel's Bank Act에 따라 은행을 국유화하여, 마침내 국가가 중앙은행을 소유하고, 국가 경제를 조정하는 기본 틀이 완성됐다.


미국과 일본이 그 후 중앙은행 제도를 도입했고, 1900년대 18개국, 1960년대에는 50개국에서 중앙은행을 설치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가 이 제도를 갖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역사는 100여 년 정도인 최근에 구축된 제도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최근의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를 한번 살펴보자. 비트코인은 중앙에서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나 기구가 없이 생성되고 유통되는 가상의 통화다. 일본의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이 2009년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것은 일정 기간의 데이터를 덩어리(블록)로 기록하고 체인처럼 연결함으로써, 네트워크 전체에 거래 기록이 보존되어 제삼자가 해킹하거나 고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중앙에 관리자가 없는 P2P 네트워크의 결과물이고,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을 적절하게 설계한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면 어떤 이익을 얻게 되는가를 알 수 있는, 보상 체계가 명확하게 설계되어 있다. 채굴자나 투자자(투기꾼)를 이익을 내세워 끌어들이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도 흥미를 유발하며, 자유의지론에 입각한 사상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 모아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유의지론 (Libertarianism) : 전체주의나 계획 경제처럼 국가가 경제나 사회를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에 반대하고, 개인의 신념과 의지에 따른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사상.


보상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붕괴해가는 기존의 금융시장이나, 누가 이득을 보는지 알 수 없는 신기술, 이론의 정합성에만 매달리는 학술 논문 등은 세상에 나왔다가 소멸해가는, 시대의 소모품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경제, 테크놀로지, 사상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보급하고 스스로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퍼뜨리는 방식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오픈소스를 채택해서 만약 비트코인이 쓸모가 없어져도, 참여자가 알트코인을 비롯한 대안을 쉽게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결과적으로는 문턱을 낮춰 위험을 분산하고 가상통화 전체가 참여하는 안정된 시장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자연과 인간의 뇌 구조와 꼭 닮았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개체로 구성되는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정보와 에너지를 교환하며 전체가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인다. 또 정보와 에너지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은 더욱 복잡해지고 계속 진화해간다. 자연은 땅과 바다만 있던 상태에서 식물과 동물이 흘러넘치는 복잡한 생태계로 진화했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하고 국가가 경제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표준을 만든 지 100여 년밖에 안된 것을 감안하면, 최근에 나온 가상통화나 블록체인이 그보다도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봐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 미래의 자본시장 중심에 ICO가 자리 잡는 때는 언제쯤일까?

21세기북스의 <머니 2.0>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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