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돈을 버는 공식이 있다.
카지노를 상대로 수십만 달러를 벌게 해주는 공식이 있고, 주식 시장에서 수억 달러를 벌게 해주는 공식도 있다.

‘퀀트 Quant’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 공식을 찾는데 기를 쓰고 있다. 공식을 찾은 사람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그 노벨상 수상자가 자신의 공식을 과신해서 수십억 달러를 날리기도 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에서 이 퀀트들은 하루에 수십억 차례 거래를 진행하며, 지금도 돈을 어디론가 끌어당기고 있다.

책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를 통해 이들 퀀트의 세계를 살펴보고, 그 곳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나 컨닝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퀀트는 Quantitative Analyst를 줄여 부르는 말로, 금융시장에서 수학과 통계를 사용하여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책의 저자 권용진 퀀트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퀀트의 역사를 소개한다.
그도 고등학생 시절 처음 자신만의 공식을 사용해서 용돈을 벌었다. 게임에서 캐릭터가 자동으로 사냥을 해서 돈이 되는 장비를 줍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무작위로 길을 걷게 하고, 체력이 떨어지면 약을 먹게 하는 공식을 적용했다.
게임회사에서 외부 프로그램을 금지해서 저자는 이걸 중지했지만, 이후 그는 이 경험을 면접 인터뷰에 활용해 퀀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퀀트의 역사도 이와 비슷했다.

 


최초의 퀀트라 불리는 사람은 카지노 게임 블랙잭의 승리 공식을 만든 에드워드 소프이다. 당시 블랙잭의 승률은 45%라고 알려져 있었다. 오래할수록 카지노가 돈을 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프는 카드를 기억하고 확률을 잘 계산해서 게임을 하면, 승률을 53.6%로 올릴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소프는 직접 카지노로 가서 공식을 실험해보고 공식이 먹혀 들어감을 확인했다. 몇 시간 만에 수만 달러를 벌었다.
승리 공식으로 유명해진 소프는 추후에 카지노 측으로부터 출입금지를 당한다. 결국 소프는 더 큰 시장인 주식시장을 바라보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큰 돈을 벌며 세계 최초의 퀀트가 되었다.

소프의 성공을 보고 각 분야의 천재들이 주식시장에 들어왔다.
물리학을 공부하던 피셔 블랙은 경제학 박사였던 마이런 숄즈와 함께 ‘블랙-숄즈 공식’을 만들어낸다. 이 공식으로 블랙은 골드만삭스에서 돈을 쓸어 담고, 숄즈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주식시장을 이렇게 표현할 것이다.
주식 가격에는 이미 세상의 모든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는 50대 50으로 무작위적이다. 주식에는 공식이 없다. 이를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장에는 분명히 비효율이 존재하고, 퀀트들은 이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 시장에 잠시 존재하는 이 틈을 퀀트는 ‘알파’라고 부른다.
어떤 퀀트는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퀀트들은 컴퓨터 공학, 통계학, 금융 공학을 활용해서 합법적으로 그 틈을 찾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자동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마이더스, STAR 등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고 그 결과 연봉으로 1조~2조 원을 받는 퀀트들이 생겼다.

또한 저자는 퀀트 생활을 하면서 어떤 공식을 찾아 인공지능으로 만들었는지 소개해준다.
회사는 분기마다 실적을 발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실적 발표 전이면 항상 주식 가격이 요동을 친다. 사람들이 지나친 기대를 하거나, 지나친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적 발표가 좋을지 나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실적 발표 전에 나타나는 사람들의 패턴은 어느 정도 공식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가격의 변동 폭이 회사의 산업군에 따라 규칙이 있음을 확인했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장에 적용하여 회사 수익에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세상에는 돈을 버는 공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저자는 공식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2가지 이유 때문이다.

1) 확실한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노벨상 수상자가 LTCM이라는 헤지펀드 회사를 만들었다. 전 세계의 돈이 투자금으로 모여들었고, 그는 400%의 수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의 공식으로는 확률이 0%였던 사건이 터졌다. 바로 러시아가 파산한 것.
정부는 구제금융을 투입했지만 LTCM은 파산하고 말았다. 공식이 정확하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2) 영원한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발견한 틈은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오히려 내 공식을 역으로 이용해 돈을 버는 저격수도 생겨난다.
그래서 퀀트들은 자신의 공식이 잘 먹히는지 늘 감시하고 조절한다.

우리가 일하는 산업에서도 알파라고 불리는 시장의 틈이 존재할 것이다.
그 틈은 창업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투자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돈을 벌어주는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경고도 전달하고 있다. 공식을 맹신하거나 남이 말한 성공의 공식에 홀려버리면, 그 동안 벌어놓은 수익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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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공식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계와 수학을 모르더라도 데이터들이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한 안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분야가 금융이 아닌 과학이나 예술, 스포츠 등 어떤 분야든, 그 속에 있는 데이터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퀀트가 되어야 한다.

권용진 저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 알고리즘, 세계 금융시장을 침공하다> <책그림>을 참고

인공지능 시대, 사람들은 빅데이터 같은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중시합니다. 반면에 첫인상 같은 느낌이나 순간적인 판단은 덜 중요시 여기죠.

어째서 현대인들은 분석적인 영역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통찰이나 직관과 같은 데는 더 낮은 가치를 부여하는 걸까요? 이에 대한 답을 책 <블링크>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조각상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보존 상태가 좋은 쿠로스 석상이 발견되어 박물관이 구매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상을 잠깐 본 두 전문가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박물관은 쿠로스 석상이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진 진짜 유물인지 분석하기 위해, 별도의 팀을 꾸려 14개월 간 조사를 진행했고 결국 진품이라는 판정을 내립니다. 그래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위조품이라는 증거가 자꾸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재검증을 거친 결과, 석상은 1980년대에 만들어진 가짜로 밝혀집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분석 작업보다 한 번 훑어본 전문가의 직관이 더 정확했던 거죠. 14개월의 조사보다 정확한 2초의 직관, 그것이 책 <블링크>의 주제입니다.




이 책은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통찰과 직관을 강조합니다. 오히려 ‘분석하지 말고 통찰하라’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내놓고 데이터와 분석의 방식보다는, 찰나의 직관적 결론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합니다.


직관은 문제의 핵심을 바로 꿰뚫는 통찰력을 뜻합니다. 이성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핵심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과잉 시대’, ‘버림’과 ‘통찰’로 성공으로 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이 정확히 들어맞을 때, 찜찜한 느낌의 일들이 손해를 끼쳤을 때 등을 경험하면서 직관의 힘을 느낍니다.


아인슈타인은 인간의 능력 중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이 직관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직관은 ‘딱 보면 아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인간의 두뇌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누어집니다.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주로 의식의 영역을 활용합니다. 그러나 처음 만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우리는 직감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이런 순간적 판단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익힌 독특한 의사결정 장치로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납니다.

단 몇 초 만에 이루어지는 이런 결정을 우리는 고정관념에 갇혀 더 가치가 낮거나 오류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은 인간의 정신은 정교한 사고를 많은 부분 무의식의 영역으로 처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일을 의식의 영역으로 처리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를 상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운전하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수저를 어떻게 들어야 제대로 입에 겨냥할 수 있는지, 운전대를 어느 각도로 틀어야 정확히 우회전할 수 있는지 일일이 계산하고 행동해야 한다면, 일상생활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나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무의식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또 다른 의식 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해결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블링크 Blink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첫 2초 동안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의미합니다. 이런 순간적인 판단의 핵심을 ‘얇게 조각내기’라고 부르는데, 얇은 경험의 조각들을 토대로 상황과 행동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런 패턴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CEO들 중에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직관과 통찰을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회사를 이끌어 나갑니다.


그렇다면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탁월한 의사결정자들은 덜 중요한 98가지 요인을 직관적으로 차단하고, 정말 중요한 2가지 요인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합니다. 바로 가지치기와 정수 추출로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은 가차없이 쳐내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직관과 통찰이 가능해지고, 신과 같은 혜안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저자는, 순간적인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무의식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외부 영향에 매우 민감해서 오류 및 편견에 빠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이미지는 모두 각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입니다. 개가 위험하다고 말한 사람은 아마 어렸을 때 개한테 물린 경험이 있을 것이고, 개 사진만 봐도 애정이 넘치는 사람은 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동안 축적된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완성된 틀에 맞춰서 보고, 듣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결국 순간적인 판단을 잘하는 핵심 비결은 뼈를 깎는 노력과 고뇌의 순간들을 거쳐서 이루어집니다. 판단에 필요한 경험을 많이 쌓고,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또 축적한 정보와 경험을 빠른 속도로 사용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직관이 뛰어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자신의 무의식적 반응을 차근차근 살펴 구체화해 정리하고 관리한 덕으로 돌립니다.


<블링크>는 일시적인 감정이나 느낌, 직관에 의존해 내리는 ‘순간적 판단’은 아니며, 오랜 험과 전문 지식이 체화된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입니다.

한마디로 ‘축적된 경험과 결과물로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익힌 독특한 의사결정 장치’인 셈이죠.


우리 모두는 이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능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느냐는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북올림>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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