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그레고어 멘델 (1822~1884, 오스트리아 식물학자).

교과서에 나오는 완두콩 실험을 통해, 어떤 ‘패턴’을 가지고 세대를 넘어 무언가 전해진다는 ‘유전의 법칙’을 발견했다.


1903년 월터 서턴 (1877~1916, 미국 유전학자).

멘델이 말했던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물질이 ‘염색체’에 존재함을 밝혀냈다.


그리고 1944년 3명의 과학자 (에이버리, 메레오드, 맥카티)가 세대를 걸쳐 전해지는 물질이자 유전적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DNA’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렇게 인류는 ‘생명의 비밀’을 밝혀냈다.


DNA Deoxyribonucleic Acid, 모든 생물의 기능, 성장 그리고 후대로 전해지는 특성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이 복잡한 유전 정보도 단지 4가지 코드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복잡하게 보이는 컴퓨터가 1과 0으로 정보를 이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의 경우 이 4가지 조합이 30억쌍이나 있다 보니,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상당히 방대하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정보는 DNA에 담겨있다.

세균, 물고기, 개구리, 생쥐, 원숭이, 오랑우탄, 인간에 대한 중요한 정보도 모두 DNA에 있다.


DNA의 존재는 알았지만 이 정보를 읽기도 힘들고 막상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읽기 쉽고 짧은 유전 정보부터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게 된 작은 세균의 DNA, 막상 읽다 보니 세균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잘 이해하다 보니 뭔가 더 잘해주고 싶고, 뭔가 더해주고 싶고, 수정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1972년 보이어와 코헨은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유전자를 세균에 장착시켜주는 연구에 성공하게 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보이어는 세계 최초의 생명공학 회사를 설립하고 치료제를 개발해서, 1980년 그 당시 돈으로 700억원 이상을 소유한 갑부가 됐다.


이를 본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하게 되고,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먼저 윤리적 심각성이 낮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식품 분야부터 산업화가 활발히 진행된다. 유전자를 수정한 여러 유전자 변형 식품들이 개발되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다.


균 감염이 안 되는 담배, 잘 썩지 않는 토마토, 벌레가 끼지 않는 곡식, 크기가 큰 감자, 비타민이 들어있는 쌀 등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유용한 식품들이 개발되고, 수십 년 간 여러 연구를 통해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된다.


그런데 그게 식품으로 끝날까?

DNA에 있는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은 더 발전하고, 결국 2003년 인간은 스스로의 유전자지도를 그려낸다.

인간 한 명의 유전자를 읽는 게 당시는 너무 느리고 돈도 많이 드는 과정이라, 인종,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해 몇 명만을 선별해서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은 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았다.

유전자 정보를 읽을 수만 있을 뿐, 이게 어떤 특성과 관련되어있는지 아직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 후 유전자 분석기술은 급격히 발전했다. 유전자를 하나씩 읽던 시절을 넘어, 토막 내어 동시에 빠른 속도로 정보를 읽기 시작했다.


15년만에 유전자 분석 가격이 몇 백억원에서 노트북 한대 가격으로 말도 안되게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분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안젤리나 졸리, 스티브 잡스 같이 부유한 사람은 물론이고, 영국에서만 10만명의 유전자를 읽었고, 대한민국 울산에서 만 명의 유전자 정보를 읽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읽고 추가 연구가 진행되면서, 인간이라는 생물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이 어떤 생물들과 더 가까운 친척인지, 그것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그리고 어떤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유전병에 걸리는지, 개인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게 된다.


이렇게 무엇을 더 잘 이해하다 보니 하나씩 바꾸고 싶은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여러 질병을 고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따라주지 못한다. 유전자를 편집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의 효율이 낮아 실패 확률이 높고, 너무 복잡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격도 비쌌다.


이때 등장한 마법의 신기술, ‘3세대 유전자가위 CRISPR’

크리스퍼는 놀랍게도 세균으로부터 발견된 방어체계다. 세균은 바이러스의 천적이다. 그래서 세균은 바이러스가 쳐들어올 때를 대비하여 그들의 유전자 정보를 잘라서 보관해둔다. 이렇게 세균이 잘라놓은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보관하는 저장소 즉, 세균이 만든 바이러스의 블랙리스트가 바로 크리스퍼다.



시간이 지나 다른 바이러스가 쳐들어오면 세균은 크리스퍼에 있던 정보와 대조를 한다. 대조 결과 블랙리스트에 있는 같은 염기서열이 나타나면 바이러스로 인식하고 Cas9이라는 최종병기가 정확히 그 서열을 잘라버려 스스로를 보호한다.


보통 최종병기 Cas9은 크리스퍼 복합체 안의 가이드 RNA (자를 곳을 지정하는 역할)가 가리킨 바이러스의 DNA를 자른다. 그런데 이런 가이드 RNA를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재조합이나 복구, 변형을 통해 넣어줘 유전병을 치료할 기술이 생긴 것이다.


크리스퍼 기술은 이전 유전자가위에 비해 간단하고 정확하다. 시간과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실험실만 있고 어느 정도만 배우면, 많은 연구자들이 쉽게 할 수 있다.

기술이 쉽다 보니 세계 각지에서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 모기, 지방이 아주 적은 슈퍼 근육돼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여건이 갖추어져 한 명의 유전자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그렇게 읽은 유전자의 각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전보다 훨씬 많이 알게 되었다.

인류는 다시 질병 극복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빈혈증과 혈우병 같은 유전병, 그리고 암, 에이즈 같이 치명적인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가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인간 환자를 위한 첫 번째 CRISPR 암 치료 임상시험이 승인되었다. 이외에도 현재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시험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치료의 대상이 생식세포나 배아가 아닌, 체세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치료의 영향이 환자 개개인에게만 있고, 후대에는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과학자들은 2015년 국제 정상회의를 통해, 유전자 편집연구에 대해 협의했다. 선언문을 보면,

1. 세포에서만 하는 유전자 편집도 법적, 윤리적 감독을 받아야 한다.

2. 다음 세대로 유전자가 전달되지 않는 체세포 편집을 의학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규제기관에서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한다.

3. 여러 이유로 유전 가능성이 있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은 현재 상황에서 너무 무책임한 짓이니 하지 말자.


그런데 바로 그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가 에이즈에 감염된 아버지와 정상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날 2명의 쌍둥이의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HIV 바이러스 감염에 관련된 유전자를 배아 단계에서 제거해버렸다.

본인이 연구를 한 이유와 내용을 유튜브 영상으로 올렸고, 영어 중국어 자막도 넣었다.


그리고 국제학회에서 발표까지 했다. 유명 스타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2015년 발표된 선언문으로 돌아가, 유전자 편집 배아 연구를 금지한 긴 이유를 살펴보면,

a) 부정확한 편집이 배아세포 자체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b) 너무 광범위한 환경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서, 그 해로움이 예상하기 어렵다.

c) 개개인과 미래 세대를 고려해야 한다.

d) 유전자 변형이 도입되면, 제거하기가 어렵고 퍼질 가능성이 있다.

e) 치료가 아닌 개선에 쓰여, 사회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f) 의도적으로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선언문을 넘어 여러 국가에서 배아나 생식세포에서의 유전자 편집을 실제 임상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다.

허젠쿠이는 현재 행방불명 된 상태로, 중국에서 사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몰랐던 것 같다.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채 사람들이 무분별한 배아 유전자 편집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안전성이 연구되지 않은 채로, 이 기술이 불법적으로 암시장에서 사용될 수도 있다. 완벽한 기술이 완성된다 해도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잣집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들에게 에이즈 방지 유전자 편집과 동시에, 세트 메뉴로 큰 키, 푸른 눈, 풍성한 머리카락과 함께 지능지수 IQ360 정도를 돌 선물로 줄 수 있다.

섣부른 우려일수도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은 보편적인 시험관 아기를 1970년대에는 모두가 두려워하고 경계했었다.


시간이 지나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였던 루이스 브라운은 2018년에 40살 생일을 맞이했고,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 살고 있다.

지금은 8백만 명이 넘는 시험관 아기들이 지구에 평화롭게 살고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정답인지,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너무 불확실한 게 많다.


어쨌건 유전자 편집 기술은 현실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논의가 필요하다. 그렇게 함께 협의해서 만든 미래가 결국 인류라는 생물이 맞이할, 진화의 과정이자 피할 수 없는 운명일 것이다.


<Unrealscience>를 참고




과학 뉴스 미디어 ‘Science Alert’ (2018. 12. 24일자)가 소개한, 2018년에 밝혀진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 하늘에서 바이러스가 쏟아지고 있다

하늘엔 대량의 미생물이 부유하고 있으며 비와 함께 땅으로 쏟아진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보고되었다. 대기 경계층 1㎡당 8억개 이상의 바이러스를 쏟아 붓고 있다니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는 실제로 상상 이상의 미생물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2) 3명의 뇌를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공유

뇌의 활동을 기록하는 뇌전도와 전자석에 자극을 주는 경두개 자기자극법을 조합한 브레인넷 Brain Net을 사용하여, 뇌신경 학자들은 3명의 인간을 연결하고 생각을 공유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연결된 팀은 테트리스 게임을 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사람을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 인간과 양의 하이브리드 배아

2월에 인간과 양의 하이브리드 배아가 세계 최초로 만들어졌다. 양 세포 1만 개당 인간의 세포가 1개 정도 포함된 키메라 배아로서, 이번에는 발생 후 28일만에 파괴되었지만, 언젠가는 이식용 장기의 공급원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4) 맹금류는 산불을 확대시킨다

무더위 때문에 2018년은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그 중 호주에서는 솔개나 매 같은 맹금류가 고의로 불을 퍼트린다는 놀라운 사실이 보고되었다. 새들이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주워 불이 없는 장소에 떨어뜨리고 있다는 사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원주민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온 것이라고 한다.


5) 지구 내부에 거대한 생물권이 존재한다

발 밑 땅 아주 깊은 곳에도 많은 생명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2월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지하에는 ‘지하 생물권’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대량의 생명이 존재한다고 하며, 그 넓이는 무려 바다 면적의 2배라고 한다.

세계 52개국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연구에서, 땅속 깊이 숨어있는 다양한 미생물이나 단세포 생물 등이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의 연구 성과가 기대된다.




6) 멕시코 세계 최대 수중 동굴

유카탄 반도에 있는 세계 최대 수중 동굴 ‘Sac Actun’에는 많은 고고학적 유물이 잠자고 있는 보물창고다.

조사에서 고대 마야문명의 유적을 비롯해, 빙하기에 살던 고대의 코끼리와 대형 나무늘보의 뼈 등 귀중한 것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7) 박테리아는 죽은 동료의 DNA를 낚는다

세균은 다른 생물의 유전 물질을 자신의 DNA에 통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2018년에는 균체에서 뻗은 털을 사용하여 DNA를 모으는 모습이 촬영되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낚시처럼 보였다.

죽은 세균에서는 DNA가 방출되고, 살아있는 세균은 그것을 모아 항생제 내성 등을 얻는 것이다.


8) 항우울제와 미생물의 항생제 내성

미생물의 항생제 내성은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항우울제의 일종인 플루옥세틴이 그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루옥세틴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지만, 이 농도가 높을수록 미생물이 항생제 성분을 얻는 시간이 빨라지고 더 높은 내성을 갖게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하수를 통해 이 성분이 환경에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


9) 미토콘드리아도 부계 유전한다

생물학의 상식을 뒤집는 충격적인 논문이 2018년 11월 발표되었다. 우리의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로부터 자식에게 전해지지만, 아버지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일부 물려받은 소년이 발견된 것이다.

인간에게 이 같은 현상이 발견된 것은 세계 최초였지만,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교과서를 고쳐 써야 할 대발견이다.


10) 바다에 사는 작은 생물이 큰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4월에 발표된 연구에는, 작은 동물 플랑크톤의 거대한 무리가 바다에서 큰 물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동물 플랑크톤의 원주형 무리는 매일 해수면과 해저를 왕복하고 있으며, 그 이동에 의해 바닷속의 소용돌이와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 : <Twilight Channel> <T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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