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면 누구나 시간에 대해 말하는 공통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흐른다.’

인간의 유한한 삶 속에서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은 별로 반가운 이야기는 아니지요.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를 알아보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이유를 알아보려면, 우리의 뇌가 시간을 인지하는 몇 가지 재미진 인지심리학 현상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1) 15~25세 사이의 경험을 더 잘 기억한다

‘회고절정 이론 Reminiscence Bump’이라 부르는 현상으로, 이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시기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기간이자, 새로운 경험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첫 키스, 첫사랑, 첫 직장,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지는 여행, 군대생활 등의 새로움은 늘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때 읽은 책, 영화, 음악 등도 평생 동안 기억에 남아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2) 단조로움, 공허함, 익숙함은 시간을 축약시킨다

만약 다리를 다치거나 감기에 걸려 회복되기를 기다릴 때, 시간의 느낌은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하지만 나은 후 되돌아보면 며칠 간 아팠던 일은 기억 속에 거의 남지 않는다. 아팠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집에서 1주일을 누워있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 없는 기억은 잊혀진 한 주처럼 느껴진다.


군대에서 1시간, 하루하루는 대단히 천천히 흘러가지만, 몇 년이 지나 군대시절을 떠올려보면 2년이 후딱 지나가서 금세 전역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현상을 하나로 종합하면 ‘홀리데이 패러독스 Holiday Paradox’라는 개념으로 정리되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클라우디아 해먼드의 책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에 소개된 내용을 살펴보죠.


휴가를 즐겁게 보내고 있을 때는 시간이 금세 지나가는 것 같지만, 휴가를 마치고 막상 돌아오면 한참 만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또 반대로 어린아이들을 키울 때면 하루하루가 매우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도, 어느새 1년이 금방 지나가 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즉 홀리데이 패러독스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가득 찬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 볼 때는 길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어린아이들은 성인이 휴가를 보낼 때처럼, 하루 종일 몰입하면서 머리 속을 새로운 기억들로 가득 채웁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이 실제보다 긴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20살 대학생의 개학 첫날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해보라고 하면, 수십 가지 에피소드들이 떠오를 겁니다. 첫 수업, 친구와 처음으로 클럽에 간 일, 동아리에 새로 가입한 일 등 수많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정신 없이 한 달을 지냈지만, 되돌아보면 꽤 오랜 시간을 보낸 듯하죠.


그런데 40살 회사원에게 비슷한 질문을 한다면, 지난 달에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했던 기억 외에는 떠오르는 게 별로 없습니다. 하루하루 겨우 버텼는데, 어느새 달력은 한달 이 지나 버리지요.

나이가 들수록 생활이 단조로워지고 점점 새로울 것 없는 루틴이 반복됩니다.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일까요?

당연히 매 순간이 빠르고 재미있게 지나가면서, 뒤돌아보면 세월이 천천히 흐르고 있는 상태일 겁니다. 결국 나이가 들어도 세월이 천천히 흐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하루를 새롭고 흥미 있게 만들면 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계속한다면 세월이 너무 허망하게 지나가겠지요?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근 한다면, 내일 하루는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바깥 풍경을 관찰해보는 작은 변화를 주거나, 똑 같은 멤버들과 점심을 먹는다면 오랜만에 새로운 친구와 약속을 잡아 식사를 하는 것이 새로운 생활을 가미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직장인들이라면 주말에는 TV와 영화, 쇼핑에서 벗어나, 그 동안 안 해본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아래 링크 복붙)

삶이 재미없는 한국 사람들에게, 재미와 행복이란?

https://blog.naver.com/ishipworld/221390271002


2018년이 모두 지나간 연말인데 시간의 흐름에 허무함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올 한 해가 다소 심심하게 지나갔다는 징표일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2019년에는 새롭고 다채로운 생활로 채워가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의미 있는 기억들을 많이 남기고, 삶의 풍요로움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한 해로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클라우디아 해먼드의 <어떻게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더나은삶>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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