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가심비, 워라밸 시대.

2018년을 뒤돌아보면 대한민국이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제시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확행 : 자신만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이 소확행이라는 태그를 달고 각종 SNS에 올라왔고,

#워라밸 :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렇다면 <트렌드 코리아 2019>는 2019년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요?

김난도 교수는 2019년의 소비 흐름을,

"원자화, 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컨셉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컨셉, 밀레니얼 가족, 나나랜드, 감정 대리인, 뉴트로, 카멜레존, 데이터 인텔리전스, 매너 소비, 필환경 시대, 워커밸, 세포마켓, 

등의 키워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2가지 키워드를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세포마켓'입니다.

인스타그램에 '마켓' 태그를 검색하면, 2018년 12월 기준 15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옵니다. 수천, 수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저마다의 재능과 개성을 바탕으로 상품을 팔고 있는 것이죠.

유튜브의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대형 유통기업, 방송사, 대기업과 협업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소비자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판매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자 하나의 마켓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작지만 수없이 많은 시장이 만들어진다고 하여, <트렌드 코리아 2019>는 이를 '세포마켓'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세포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이유는,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이 아닌 스토리를 팔기 때문입니다. 왜 그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왜 쓰고 있는지, 진솔한 경험을 통해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패션 인플루언서의 경우,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하고 코디 방법을 공유합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세포마켓의 가능성을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곳이 기존의 대형 유통 채널입니다.

인플루언서들은 이제 홈쇼핑 채널에 들어가 제품을 팔기도 하고, 화장품 업계와 손을 잡고 신제품을 같이 출시하는가 하면, 백화점까지 팝업 스토어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포마켓이 잘 나간다 하여 무턱대고 뛰어들면 안 됩니다. 극심한 양극화가 있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 기준, 1만 명의 크리에이터 중 1억원 이상의 수입자는 단 1%였습니다. 100명 정도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것을 '압정형 구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세포 중에 병든 세포가 있듯이 세포마켓에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하는 등의 불법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가격을 비밀 댓글로 소통해서 매출을 속이고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자정 작용을 거치든 제도를 통해서든 신뢰성 있는 생태계로 만들어 가는 것이 인플루언서와 팔로워 모두의 숙제가 될 것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9>의 두 번째 키워드는, '내 마음을 부탁해. 감정 대리인'입니다.

자기감정을 스스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화났다, 슬프다'라는 감정을 말보다 이모티콘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연애나 여행을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신 경험합니다. 관찰 예능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패널들입니다. 이들은 우리 대신 리액션을 해줍니다. 대신 놀라워하고, 웃고, 슬퍼합니다. 시청자는 자신과 비슷한 리액션을 하는 패널에 공감하면서 감정을 맡깁니다.


사람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대리 연애를 즐기고,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명품 쇼핑을 대신합니다. 페이스북에는 대신 화내주는 페이지, 대신 욕해주는 페이지가 인기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9>는 이렇게 감정을 대리해주는 사람이나 상품, 서비스를 '감정 대리인'이라 명명했습니다.



왜 우리 주변에 감정 대리인이 많아진 걸까요?

우리가 감정 해피밀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연애 리얼리티를 통한 대리 연애는 간질간질한 달콤함은 느낄 수 있으면서도 실연으로 가슴 아픈 일은 없습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이 죽으면 펑펑 울 수 있지만, 영화관을 나서면 없었던 일이 됩니다.


감정 대리인을 통해 적당히 소비되는 감정은 적당히 즐겁게 식사를 해결하는 해피밀을 먹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패스트푸드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은 것처럼 감정 해피밀만 먹는 것에도 부작용이 따릅니다. 사람들은 드라마와 같이 갈등은 금세 해소되고, 늘 행복감으로 마무리되는 감정생활을 원합니다.


SNS에는 긍정적인 감정만 가득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도 SNS도 아닙니다.

현실에는 힘든 일, 슬픈 일, 불편한 일도 있으니, 우리는 그런 감정도 받아들이고 소화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9>는 트렌드라고 무작정 따라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에 앞서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하지요.

세포마켓에 뛰어들기 전에 자신이 경쟁에서 이길 만큼의 브랜딩을 갖출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고, 감정 대리인을 즐기기 전에 자신이 감정 해피밀만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부작용을 상쇄하면서 흐름을 자신의 장점에 맞춰나가는 것이 트렌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함께 비교하며 읽으면 좋은 글

소비 트렌드와 소셜미디어 - 트렌드 코리아 2018

https://blog.naver.com/ishipworld/221150628708


김난도, 이준영, 이향은 외 6인의 <트렌드 코리아 2019>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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