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게임 = Skavlan Magnus Carlsen  vs.  Bill Gates =

한 TV 프로그램에서 단 1분 20초 만에, 빌 게이츠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무릎을 꿇었다. 두 사람이 체스의 말을 옮긴 횟수는 총 9번에 불과했다.


진행자가 물었다.

"빌, 당신에게도 지적 능력에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있나요?"

"물론입니다. 칼센과 체스를 둘 때죠!"


빌게이츠와 체스를 둔 상대는 마그누스 칼센. 칼센은 체스 계의 전설 카르포프를 꺾고 랭킹 1위에 올랐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열세살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가 두는 수가 그의 랭킹에 비해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버팔로대학 컴퓨터과학과 Ken Regan 교수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체스 소프트웨어로 선수들을 평가해왔다.

"칼센의 수는 훌륭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결코 뛰어나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추천하는 최선의 수와 거의 일치하게 두는 선수는 라디미르 크람니크입니다."


그럼에도 세계 챔피언은 왜 크람니크가 아닌 칼센일까?

그 해답은 칼센의 수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수가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칼센이 두는 말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체스 컴퓨터 분석가 Guy Haworth는 칼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의 기량은 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즉, 더 이상 수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의 주요 전술은 일부러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어, 상대를 시간에 쫓기게 만드는 거죠.


보통 40수 정도 진행되면 선수들은 시간을 의식하기 시작합니다. 칼센의 대국을 분석해보면, 대략 40수 쯤 상대의 실수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칼센은 바로 그때 최악의 퍼즐 속으로 상대를 끌고 들어가 혼란을 일으키는 거죠."


이와 비슷한 경우는 복싱에서도 볼 수 있다. 복싱 역사상 최고의 헤비급 챔피언 '블라디미르 클리츠코'. 19번의 방어전을 승리로 이끌며 11년 동안 권좌를 지켰던 그의 챔피언 벨트를 빼앗은 선수는, 바로 약체로만 여겨졌던 '타이슨 퓨리'였다.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는 등, 괴상한 행동을 하던 퓨리가 이길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오른손잡이였던 퓨리가 경기 중반이 되었을 때, 갑자기 왼손잡이 아웃복서로 포즈를 바꿨기 때문이다.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자세를 바꾸는 것은 퓨리에게도 분명 불리했지만, 클리츠코가 경험한 당황스러움은 훨씬 컸다. 클리츠코는 결국 퓨리의 변칙적인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 못해 패배했다.


이 말을 반드시 기억하자.

경쟁에서는 실력과 기량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에 이기기 위해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


상대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혼란을 주는 것만으로도,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메시 MESSY
국내도서
저자 : 팀 하포드(Tim Harford) / 윤영삼역
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6.12.21
상세보기

팀 하포드의 <MESSY :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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