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변화해갈 것이다.

국가는 지금까지 영토를 보존하고,

통화를 발행하고,

경제를 운용하고,

법률을 제정하고,

경찰과 군대로 치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국가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현실 세계의 영토 크기는 덜 중요하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에서는 공간을 무한히 생성할 수 있으므로, 물리적인 영토 보유의 이점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가상통화나 블록체인의 보급으로 통화나 경제를 반드시 국가가 맡아야 할 필요성이 옅어지고 있다.


법률로 보자면 스마트 계약을 통해서도 국가의 역할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블록체인에서 미리 약속한 사항을 규칙으로 기술해두고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약속한 사항이 자동 실행되는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에서 내용 변경이 어려운 성질을 활용한 것으로, 법원이나 행정기구 같은 집행자가 없어도 계약이 자동 실행된다.




군대는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경계 임무나 전쟁은 드론이나 로봇이 수행하고, 사이버 테러 같은 디지털 전쟁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훈련된 병사나 경찰을 많이 보유할 필요가 없다. 현재 상황에서도 국가의 역할을 전자화하여 테크놀로지로 대체할 토대는 만들어지고 있다.


미래 국가의 모습을 '에스토니아'를 사례로 가능성을 살펴보자.

발트해 연안의 인구 130만명 정도의 작은 나라이며, 스카이프의 발상지이다. '디지털 국가', '국경 없는 국가'를 목표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국가 운영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던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고, 전자 ID카드를 발행하는 등 각종 행정 절차를 전자화했다. 그리고 전자거주권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만들었다. 해외의 창업자가 신청하면 가상공간의 에스토니아 국민으로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법인을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미 2만명 이상이 신청하여 허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에스토코인'을 발행하여 가상통화 기반의 자금조달법인 ICO를 설립할 계획을 내비쳐 주목을 받았다. 유럽의 단일화폐는 유로인데, 에스토니아 정부는 가상공간에서 가상통화를 발행하여 자금을 모아 블록체인 등의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투자하고 싶은 모양이다.


에스토니아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 테크놀로지의 힘을 활용하여 국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한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주저할 것이다. 반대로 기존 국제사회의 주류가 아닌 나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채택하여 다음 세대의 '새로운 국가 형태'를 만들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가늠해볼 수 있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 변화로는,


1) 에스토니아 같은 선진적인 나라가 미국, 중국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세계 표준을 만든다.


2) 거대 IT 기업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실질적으로 국가와 같은 할을 수행한다. 구글이나 아마존의 영향력은 이미 작은 나라를 넘어섰다. 이들 민간기업이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여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3)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공동체가 가상국가를 선언하며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이슬람국가(IS)는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과격파 테러 조직으로 비난받았다. 그들은 국가를 참칭하며 전기와 물을 공급하고, 은행, 학교, 법원 등의 근대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정비한 바 있다. 또한 SNS를 교묘하게 활용하여 구성원을 모집했었다. 물론 부정적인 사례이다.


앞으로 가상 공간에서 국가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 구성원을 전혀 모르는 전자국가가 여럿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종교 단체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국가의 역할을 하고, 각각의 경제권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의 구글도 일종의 종교 단체나 마찬가지이고, 주식회사냐 종교법인이냐의 차이점을 가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구글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있는 IT 기업들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지금보다 나은 세계를 실현한다는 이념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신조를 가슴에 품고 있다.


신이나 종교 같은 단어가 붙는 순간 좀 수상쩍어지지만, 실제로는 목적도 하는 일도 같다.

'테크놀로지 해방주의자 Technol-Liberalian'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테크놀로지를 발전시켜 사람들을 고통에서 해방한다는 신조를 가진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IT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종교는 내면의 가치를 다룬다. 사람들의 인생의 의미를 제공하는 역할도 지금까지 종교가 일부를 담당해왔다. 종교와 테크놀로지가 융합하여 경제권을 형성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경제와 정치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듯이, 마찬가지로 경제와 종교의 경계도 사라질 것이다.

주식회사는 기업 이념을 내세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흐름을 타고, 종교는 내면의 가치를 받아들여 경제체제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그리스도교도가 온라인에서 토큰경제를 형성한다면 아마도 그 즉시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종교는 '교의'가 중요하고 경제체제는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순위가 다를 뿐이고 갖춰야 할 요소는 똑같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체제, 국가, 도시, 종교, 회사 등을 목적이나 규모, 용도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이고 다른 개념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가치'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것들을 구별할 이유는 없다.


가치주의에서는 물적 존재를 토대로 한 근대의 분류가 융합하여 녹아 없어지고, 가상공간 네트워크 시스템이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망했던 무인양품,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브랜드 없는 (無印) 좋은 제품 (良品)이라는 무인양품만의 독특한 경영 비결을 알아보자.


1) No Brand 상업주의 반대

상품에 불필요한 기능이나 특징이 없고, 대신 꼬리표에 상품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미니멀리즘과 간소한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하는 시대에 'No Brand'의 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즉 '나답게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2) No Design 디자인보다는 기능

무색.무취 디자인으로 제품의 개성을 줄이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만족감을 전달하는 것. 목표는 조금씩 생략하고, 빼내고, 간소화해서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3) No Marketing 마케팅 성공 방정식을 거부

성공한 많은 소비재 기업과는 달리, 대표 상품이 없는 무인양품. 목표 고객군도 없고, 각 제품별 차별화도 없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모토다.


애당초 필요 없는 일을 지나치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것도 없다. 시간과 노력이 잘못된 방향에 투입되면, 오히려 더 많은 오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스템이 없다면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2001년 무인양품이 사상 최대 적자를 냈을 때 취임한 마쓰이 타다미쓰 회장 (松井忠三, 무인양품 전 회장) 그가 회사 정상화 해법으로 내건 것은, 구조조정이나 인건비 절감이 아니었다. 해결책은 '시스템'이었다.


그는 회사가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경험과 감에만 의존하는 경험지상주의에 있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가진 업무 스킬이나 노하우를 축적하는 구조가 없었기에, 담당자가 이직이라도 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기술을 배워야 했던 것이다. 그런 식이면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



그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스스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매장 매뉴얼과 본사 매뉴얼을 5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무인양품의 영어 이름인 무지(MUJI)에서 이름을 딴 '무지그램'의 매장 매뉴얼은 무려 2천 페이지에 달한다.


그곳엔 상품개발, 매장 디스플레이, 접객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의 노하우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신입사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되어 있다. 매장 디스플레이 매뉴얼은 단 한 페이지로 구성됐다.

'마네킹의 옷을 코디할 때는 실루엣을 삼각형이나 역삼각형으로 한다.'

'옷에 들어가는 색은 세 가지 이내로 제한한다.'


매뉴얼만 보고도 신입사원은 다른 직원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마네킹을 코디네이트 할 수 있다. 본사 업무매뉴얼인 업무기준서는 6,600페이지다. 새 점포 출점에 대한 판단 방법까지 정해져 있는데, 후보지에 대한 정보수집부터 현지조사, 출점 이후 판매방식 등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어떤 직원이 오더라도 이미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기고 등급으로 평가해, C 등급 이상을 받은 후보지만 검토하면 된다. 점포개발부 등 일부 부서에서는 거래처 명함을 공유하고, 상담내용을 공유한다는 것을 업무기준서에 명문으로 제도화했다. 


비고란에는 '명함을 교환한 사람의 특징이나 인상을 적는다'와 같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 정도는 말로 해도 되지 않을까?' 마쓰이 회장은 이런 것까지 철저히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점포 분위기는 레이아웃과 상품 진열방식, 스태프의 태도, 청소방법 같은 세부사항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매뉴얼로 통일되어야 고객이 어느 점포에 가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브랜드 정체성이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테일이야말로 정체성의 주춧돌이다. 작은 것들이 더해져서 하나의 문화가 된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 무인양품에 들어오는 순간 '무인양품은 어떤 브랜드다.'라고 스스로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디테일이다. 결국 시스템이 만들어야 하는 건, 기복 없는 일관된 디테일이다. 이것은 회사가 아닌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기업의 시스템과 같은, 당신의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상대방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無印良品 Muji Sweets Market>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조선 Biz>를 참고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