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터넷으로 주문 순간을 기억하는가?
사기 당하는 건 아닌지, 무사히 집까지 배달은 되는지, 불안해하다가 택배를 처음 받으면 설레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위험해 보이던 인터넷 쇼핑이 평범해진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택배로 받는 것이 일상이 되어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르는 사람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언론은 믿을 수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모르는 사람을 집과 차를 빌려 쓸 만큼 신뢰한다.

책 <신뢰 이동>의 제목처럼 신뢰가 이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전문가가 추천한 물건을 사지 않는다. 수천 명이 남긴 평점과 후기를 보고 선택한다. 이제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에서 평점 좋은 숙소를 고르고, 길가에서 택시를 잡는 것보다 우버를 불러 편하게 이동한다.

신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제도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이제 신뢰는 분산된 사람, 프로그램, 플랫폼으로 흐르고 있다.
책 <신뢰 이동>은 먼저 신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려준다.

 


당신과 미지의 대상 사이에 틈새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대상은 당신이 의지해야 할 낯선 사람일수도 있고,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식당일 수도 있고, 자율주행차에 처음 시승하는 경험일 수도 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이 틈새를 위험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밑에서 깔려있기 때문에, 우리는 선뜻 모르는 것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신뢰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해주는 다리다. 신뢰가 있을 때 우리는 틈새를 넘어 모르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신뢰 도약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스마트폰 앱으로 데이트 상대를 소개받고, 처음 보는 사람의 차를 얻어 탈 수 있게 된다.
신뢰 도약을 이루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진다.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 새로운 네트워크, 새로운 혁신의 길이 열리게 된다.

 


그렇다면 이 신뢰를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책은 ‘신뢰 더미’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신뢰는 다음 3가지 더미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신뢰하려면 우선 개념을 신뢰하고, 그 다음으로 회사를 신뢰하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신뢰해야 한다.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면, 사람들이 먼저 숙박 공유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 좋고 시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하도록.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개념과 연결 짓는 것이다.

 

 


에어비앤비 첫 페이지에는 숙박 공유에 대한 설명 글이 없다. 단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어디로 가십니까?’
그러면 처음 온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사는 지역을 먼저 검색해본다. 해외 여행 일정이 있더라도 서울을 먼저 검색해보는 것이다.
그리고는 검색 결과가 뜨는 것을 보고,
‘아, 알겠네. 원하면 이런 데서 잘 수 있는 거구나? 이제 감 잡았어!’라고 느끼게 된다.

두 번째,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신뢰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에어비앤비가 도와줄 거라는 인식, 좋은 집주인을 선정하는 시스템이 있을 거라는 인식이 형성되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검증 ID 제도를 도입해 호스트의 오프라인 정보를 받는다. 조건을 갖춘 호스트에게는 ‘슈퍼 호스트’라는 자격을 부여한다.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에게도 신뢰를 얻기 위해, 예약 1건당 최대 100만 달러의 재산 피해를 보상해주는 호스트 보장제도를 도입했다.

세 번째,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사람을 신뢰해야 한다.
사람들은 평점과 후기를 통해 집주인이 믿을만한 대상인지 판단할 수 있다. 호스트도 게스트에 대한 평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게스트도 조심스럽게 집을 쓰게 된다.

숙박 공유라는 개념에 대한 신뢰, 에어비앤비라는 회사에 대한 신뢰에 사람에 대한 신뢰까지 쌓일 때, 신뢰 더미가 탄탄해지고 비로소 신뢰 도약이 일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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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신뢰 이동>은 앞으로 신뢰가 그 무엇보다 값진 자산이 될 거라고 말한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내가 만든 제품에 대해, 다른 사람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라는 문제를 제대로 마주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신뢰하겠는가?

레이첼 보츠먼 저 <신뢰 이동 :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책그림>을 참고

사형 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있었다.

이릉(李陵)이라는 죄 없는 젊은 장수를 변호하다가, 황제의 미움을 산 게 원인이었다. 이릉은 漢나라의 뛰어난 무장으로 보병 5천 명을 거느리고 그 열 배가 넘는 흉노군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화살과 무기는 모두 바닥 났고 흉노군에 투항하고 만다. 이 일로 漢武帝는 매우 진노했다.


황제의 눈치를 살피던 대부분의 신하들은 하나같이 이릉의 일에 침묵했다. 그 와중에 오직 한 사람만이 이릉을 변호하고 나섰다.


‘이릉은 충신입니다. 그의 충절은 이미 수많은 전투에서 증명되었고, 집안 대대로 漢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명문가입니다. 어찌 그가 오랑캐 흉노에게 항복할 수 있겠습니까? 이릉은 어쩔 수 없이 거짓 항복을 한 것입니다.’




이릉을 변호하던 그 남자는 결국 옥에 갇히게 되었고, 사형선고까지 받게 된다.

당시의 법으로 사형을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50만전의 막대한 돈을 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궁형을 받아 내시가 되는 방법이었다.


그는 하급관리로 많은 돈이 있을 리 만무했고, 생식기를 제거 당하는 궁형은 사대부에게 죽음보다 무서운 치욕의 형벌이었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최고의 능욕인 궁형을 자청한다.

죽음보다 더 수치스러운 궁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업인 ‘사기 史記’를 완성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사마천’이다.

그는 기원전 145년 중국 섬서성 용문에서 태어났다. 황제 측근으로 각종 기록을 담당하던 아버지 사마담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학문에 정진했다.


10살 때부터 경전을 암송하고, 17살 즈음 당대 최고의 대유학자 동중서의 문하생이 되어 ‘춘추’등의 역사철학을 배운다.

20대에는 아버지 권유로 역사 유적지를 찾아 중국 천하를 방랑하는데, 이는 훗날 <사기> 저술의 큰 밑거름이 된다.


38살 때인 기원전 108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관으로서 역사서를 편찬하는 일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사관 집안으로 자부심이 강했던 아버지 사마담이 죽기 전 남긴 유언, ‘역사서의 완성’을 평생 자신의 사명으로 물려받은 것이다.


40대에 접어든 사마천은 조정의 일과 <사기> 저술이라는 두 가지 일을 해내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기구한 운명이 시작되었다. 그의 나이 47살이 되던 해에 일생일대의 큰 사건, 바로 이릉 변호 건으로 황제에게 바른 말을 하다가 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상황은 갈수록 꼬여만 가더니, 결국 이릉이 흉노에게 벼슬까지 받고 병법을 가르쳤다는 근거 없는 소문마저 돌았다. 이성을 잃은 한무제는 이릉의 가족을 몰살시킨 다음, 역적을 옹호한 죄로 사마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사마천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대로 억울하게 죽기보다 치욕스럽지만 궁형을 자청한 것이다. 그는 이 시기 꼭 올바른 사람이 승리하는 것도 대접받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날 일어났던 역사적인 일들을 되돌아봄으로써, 붓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인간적 가치를 되살려 후세에 전하려 했다.


궁형을 당한 이후 <사기>의 저술 방향은 크게 바뀐다.

漢나라와 황제를 칭송하던 그가 황제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권력층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하며 세태를 풍자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 민중의 삶을 역사의 전면에 끄집어냈다.


2100년 전 당시 민중을 역사의 전면에 끌어냈다는 점은 파격적인 발상으로, 이는 사마천이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현실의 부정부패를 과감히 비판하고 정의와 의리를 칭송하는 내용은, 사마천 이후의 역사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사기>를 읽으며 인생의 의미와 처세의 태도, 그리고 인간관계 등에 대해 깊이 사색할 수 있다.

<史記>는 130권, 총 52만 6천 500자로 그 양이 방대하다.

전설 속 중국의 시조인 황제부터 요.순 임금, 하-은-주 왕조, 춘추전국시대, 진시황의 천하통일, 7년에 걸친 楚漢쟁패, 유방이 세운 한나라까지 3000년의 역사를 기록했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법칙, 부와 권력의 비밀, 인간과 사회에 관한 모든 것을 밝혀내려 했다. 여기서 ‘모든 것’이란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사기>에는 황제나 고관대작, 영웅과 권세가뿐 아니라 상인과 농사꾼, 심지어 자객과 도굴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인간 군상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펼치는 생생한 언행은 마치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언제든지 자신의 처지에 대입하여 삶의 지혜를 얻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특히 사마천 본인이 절실하게 경험했듯,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좌절과 시련을 어떻게 돌파하고 위대한 삶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 풍부한 사례와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3천년 역사에서 찾은 지혜의 보고 <사기 인문학>을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


한정주 저 <사기 인문학> <북올림>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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