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용하는 '가치'는 여러 의미가 포함되지만, 흔히 언급되는 것은 다음 세 가지로 분류된다.

1) 유용성이 담긴 가치

2) 내면의 가치

3) 사회적 가치


1) 유용성이 담긴 가치


가장 익숙하고 자본주의에서 주로 다루는 가치이다. 경제, 경영, 금융, 회계 등에서 '가치'라는 말은 바로 유용성, 유익성, 실용성이 담긴 가치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도움이 되는가?'라는 관점에 기반을 두고, 현실에서 사용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이익'을 전제로 한 가치이다.


그리고 기존의 틀에서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한 가치이다. 따라서 직접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유용성이 없다.



2) 내면의 가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가의 관점과는 별개로 인간의 감정과 연결된 가치를 말한다. 공감, 호의, 애정, 신뢰, 흥분 등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개인 내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가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용성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이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느끼는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내면의 가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름다운 경치를 보거나, 친구와 즐겁게 지냈을 때 피어나는 감정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3) 사회적 가치


자본주의에서는 개인이 각자 이익을 추구하면 사회 전체가 이익이 된다고 본다. 한편 자선활동이나 NGO, NPO 활동처럼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지속성을 높이는 활동도 사람들은 가치있다고 평가한다.


금융이나 경영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런 활동은 그저 비용을 지출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고, 어떤 가치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나, 개발도상국에 학교를 세우는 사람의 행동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처럼 '가치'라는 말을 할 때도 서로 다른 세 가지 개념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현상이고, 뇌는 이를 모두 '보상'의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심각한 문제점은 돈과 관계된 1) 유용성(有用性)이 담긴 가치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2) 내면의 가치와 3) 사회적 가치를 무시해온 데 있다.


가치주의에서는 1) 유용성이 담긴 가치만이 아니라, 2) 인간 내면의 가치와 3) 전체의 지속성을 높이는 사회적 가치도 높이 평가한다. 1)에 비해 2)나 3)은 실체가 없고 모호하기 때문에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가치주의란 자본주의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은 아니고,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인식하지 못한 영역을 테크놀로지의 힘을 이용해 활용하는, 자본주의가 한 단계 진보한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공감, 신용, 신뢰, 호의, 감사, 흥미, 주목, 관심, 열광, 성원, 응원 등의 인간 감정은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가치로 인식하기 어려웠다. 이런 정신적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아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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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어 거의 모든 사람이 인터넷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상태고, 인간 내면의 반응들도 데이터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이런 감정들을 유발하는지 수치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눈에 띄기 어려웠던 인간 내면의 가치도 데이터로 만들어 유통하기 쉬운 시대가 되었다. 미래의 경제 체제는 이 빅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21세기북스의 <머니 2.0>을 참고했습니다.

가치주의 Valueism :

가시화된 '자본'이 아닌, 돈과 같은 자본으로 변환되기 전의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가 움직이는 개념.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는 실용성(사용가치, 이용가치)이나, 윤리적이고 정신적인 관점에서 진, 선, 미, 애 등 사회의 존속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중심으로, '희소성'이나 '독자성' 등과 함께 경제적 실용성, 정신적 효용,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을 포괄한다.


2008년 9월의 리먼 사태로 금융세계가 실물경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느낀 사람이 많아졌다. 수학자들이 동원되어, 만든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금융 상품을 만들었다. 개별 지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루기 힘든 금융 상품으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면서 대량 판매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자본주의와 금융업계에서 일어난 비극은 교환수단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극단적인 방향으로 밀고 나간 데서 비롯되었다. 돈은 가치의 교환, 보존, 기준 척도 등으로 기능하며, 은행이나 증권도 산업 활동과 가계 살림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왔고 (금융경제, 자산경제), 원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돈벌이라는 수단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그것만 쳐다보면서, 결과적으로 실물경제(소비경제)나 사람들의 생활과 전혀 관계없는 데서 돈만 움직였다.



유통되는 돈의 90%는 자산경제 부문에서 생겨난다. 실물경제에서 쓰는 돈은 전체 화폐 유통량의 10%도 안 된다. 큰돈을 굴리고, 주식을 사고팔고, 이자 수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소수의 사람들이 운용하는 자산경제가 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경제는 10%의 소비경제에 90%의 자산경제가 올라탄 형태로 구축되어 있다. 자산경제는 소비경제에서 발생하는 금리나 수수료로 성립되므로 소비경제가 약간만 변동해도 크게 움직인다. 지금 이 비율은 점점 더 커져 경제는 더욱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오히려 소비를 하지 않게 되었고, 실제로 선진국에서 소비경제는 위축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가 늘어나고, 유니클로나 No Brand(무인양품)처럼 싸고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으며, 돈이 많이 드는 차나 집은 사지 않고도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자본주의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균형을 잡고 싶어 하는 인간은, 아주 놀라운 풍요를 선사한 금융의 괴물 같은 힘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돈이 돈을 낳고, 그저 돈다발을 쌓아올리는 데 혈안이 된 세상에 사람들은 넌더리를 내고 다른 방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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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산경제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 전 세계에서 금융자본은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이율이 좋은 금융 상품이 없어졌기 때문에 돈은 있지만 투자할 데가 없는 상황이다. (자산 보유 계급의 이야기)


일본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천조 원을 초과하여 역대 최고가 되었고, 소프트뱅크는 사우디 정부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100조 원의 펀드를 만들고 전 세계의 테크놀로지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100조 원의 현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몰라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이처럼 자산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돈이 여기저기 정체되기 시작하여, 마땅한 투자처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금 조달이 용이한 환경이기 때문에 역으로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와 반대로 늘리기가 어려운 신뢰나 시간, 개성 같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돈의 중요성이 그동안 지나치게 강조되었고, 돈이 안 되는 일, 재무제표에서 자산 취급을 못 받는 항목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떤 것은 누구도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만 돈이 되기에 떠받드는 일마저 있었다. 이런 체제를 주도하는 자본가들과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가 너무나 달라서 서로 위화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돈의 힘이 강해지고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와는 동떨어진 채 돈이 홀로 증식해갔다. 돈은 가치를 내팽개쳤고, 이에 반발한 사람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돈은 안 되지만, NGO나 NPO의 사회 공헌 활동이나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IT 등의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생겨나자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자는 전자화되며 긴 역사를 가진 종이를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로 만들었고, 가치의 교환도 전자적으로 처리되므로 기존의 '돈' 역시 가치를 매개하는 한 가지 수단으로 바뀔 것이다. 요컨대 돈이 유일한 수단으로 군림하던 '독점'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치를 보존, 교환, 측정하는 수단이 꼭 돈이어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국가 발행의 통화가 아닌 다른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가치를 교환할 수 있게 되면, 이용자는 가장 편리한 쪽을 선택할 것이다. 국가 발행의 통화이든, 기업이 발행하는 포인트이든,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이든 상관없다. 직접 만나 교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치'가 상품이라면, '돈'은 상품의 판매 채널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돈은 한 푼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고 페이스북 팔로어가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업을 하려 한다면? 곧바로 타임라인에서 동업자를 찾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필요하면 팔로어에게 지식과 경험을 빌릴 수 있다. 이 사람은 화폐로 환산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의 주목'이라는 가치를 필요할 때에 인맥, 돈, 정보 같은 가치로 전환할 수 있다.


10억 원의 저축과 100만 명의 팔로어 중 무엇이 더 나은지는 사람에 따라 달리 생각하겠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인터넷 덕분에 자신의 가치를 보존할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21세기북스의 <머니 2.0>을 참고

보상회로 (報償回路) :

<심리> 행위를 촉진하거나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사람이나 동물에게 주는 물질이나 칭찬에 반응하여 작동하는 뇌에서 쾌락을 관장하는 신경 회로. 보상 또는 강화 시스템이라고 함.


인간이나 동물의 뇌는 욕망이 충족되었을 때 '보상회로'라는 신경계가 활성화하여 도파민 같은 쾌락 물질을 분비한다. 식욕, 수면욕, 성욕 등의 충족뿐만 아니라, 칭찬이나 사랑을 받는 식의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보상회로 덕분에 동기가 부여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쾌락 물질을 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행동을 하고, 어찌 보면 보상회로의 노예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


뭔가를 학습하거나 환경에 적응할 때 보상회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이성의 인기를 얻고 싶어 노력하고, 멋있어지기를 바라면서 다이어트를 한다. 장기간의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눈앞의 보상을 참고 노력하거나 학습에 매진한다.



보상은 인간의 모든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독려한다. 이 쾌락 물질이라는 상이 없다면, 인간은 뭔가에 반복해서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기분이 좋아진다면 뇌는 몇 번이고 특정 행동을 되풀이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보상회로가 분비하는 쾌락 물질은 감미로운 자극이고 의존성과 중독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뇌는 경험이나 학습에 의해 쾌락 물질을 분비하는 대상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카톡 메신저의 알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에 많은 사람들이 쾌락을 느끼고, 하루 종일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 한다. 이는 5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것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 뇌가 쾌락을 느끼는 대상이 변해왔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정 욕구도 IT 등의 테크놀로지와 결부됨으로써 많이 확대되어, 지금은 식욕 같은 생리적 욕구와 비교할 만한 사회적 욕구의 대명사가 되었다. 앞으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 사람들은 지금과 다른 상황에 쾌락을 느끼고 새로운 욕망을 창출해낼 것이다.


뇌는 '금방 지루해하고' '싫증을 잘 내는' 성질도 있다. 변화가 부족한 환경이 오래 지속되거나 예측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뇌의 보상회로가 자극받기 어렵다. 가령 열심히 하든 안 하든 급여가 변하지 않고,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도 예측대로 목표가 달성되는 직장에서 일하면 과연 즐거울까?


반대로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성이 있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얻은 보상에서 뇌는 더 많은 쾌락을 느끼는 경향이 있음을 연구를 통해 알아냈다. 더구나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에 의해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에는 자극이나 쾌감이 더 커진다.


또 다른 특징으로 인간은 타인과 비교하는 가운데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뛰어난지 열등한지를 판단하는 상대적인 동물이다. 그리고 사람의 뇌는 비교 기준이 있을 때 자극이나 쾌락을 느끼기 쉬운 성질이 있다.


타인보다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싶다는 욕망이야말로 인간이 계속 노력하는 원동력이고, 구성원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면 집단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뇌에 있는 보상회로의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다음 키워드에서 알아보자.


21세기북스의 <머니 2.0>을 참고했습니다.



머니타이즈 Monetize : 인터넷 무료 서비스에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말한다.


시뇨리지 Seigniorage :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비용을 뺀 이익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화폐 주조 차익 또는 화폐 발권 차익이라고 한다.


오늘은 토큰경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 2가지를 살펴 보겠습니다.

우선 대규모 토큰경제의 하나로, 캐나다에서 개발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킥(Kik)이 발행한 킨(Kin)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어권의 10대를 중심으로 매달 전 세계 1,500만 명 이상이 이용하지만, 아직 머니타이즈 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동안 페이스북이나 스냅챗 등과 경쟁하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킥은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상통화를 발행하여 독자적인 경제권을 만들려 한다. 일례로 킥 활성화에 공헌하는 콘텐츠를 올린 크리에이터에게는 보수로 킨을 지불한다거나, 메신저에 광고가 올라올 경우에 이용자에게도 킨을 주는 방식이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광고가 나타나면 짜증을 내지만, 킥에서는 광고가 올라가면 킨을 받는다.


이처럼 킥은 이용자나 외부 크리에이터도 이익을 얻는 경제권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킨은 비트코인과 교환되고,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며, 킨의 가격이 상승하면 보유자는 차액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킥은 가상통화공개(ICO)를 실시하여 1억불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토큰경제는 기존의 비즈니스와는 수익을 내는 방법이나 이익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통화를 발행하는 주체가 손에 넣는 이익을 '시뇨리지 Seigniorage'라고 하는데, 이는 발행자의 커다란 재원이 된다.

단순화하면, 액면가에서 발행하는데 드는 비용을 뺀 차액이 통화 발행자의 이익이 되고, 또한 통화의 소유자가 없어질 때 발생하는 실효(失效) 이익도 발행자의 이익이 된다. 토큰경제에서는 발행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통화 발행 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한편으로 발행자는 참여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다. (원화를 발행하는 한국 정부가 경기 안정이나 치안 유지 의무를 지는 것과 동일하다.)

만약 토큰을 발행해도 이득이 없다면 아무도 오지 않고, 오더라도 신용을 잃으면 토큰을 매각하고 경제권에서 곧바로 나가버린다. 국가와 달리 영토가 있는 것도 아닌 토큰경제는 가상에만 존재하는 경제권으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참여자가 모두 이탈해 완전히 소멸해버릴 개연성이 있다. 토큰 발행자는 통화 발행 이익을 얻는 대신 뛰어난 경제권을 만들어 잘 유지해야만 한다.

토큰경제에서는 참여자가 늘수록 경제권의 가치가 상승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한다. 토큰도 신뢰하고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경제권에 매력을 느끼고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토큰을 원하는 사람도 늘어나 적절한 타이밍에 팔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보유해도 위험성이 줄어든다.

그리고 참여자가 늘어남으로써 토큰을 받아주는 가게나 서비스도 늘어나고, 환금성이 더 편리해져서 경제권을 지속적으로 넓힐 수 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한 토큰경제는 당연히 비트코인이다.
통화 발행 차익을 받는 대상까지 분산화되어 있을 정도로 비트코인은 잘 설계되고 만들어졌다. 설계자가 토큰을 발행하여 발행 차익을 누리면서도 전체의 경제체제를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채굴자가 실질적으로 통화 발행차익(채굴차익)을 얻는 시스템이어서,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든지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물론 돈 많은 사람이 컴퓨터를 대거 동원해 통화 발행 차익을 독점하고 비트코인의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특정인의 지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른 경제권으로 이동하거나 아예 분가해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전기요금이 싸다는 강점을 이용한 중국의 채굴자가 비트코인 시스템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른 시스템을 만듦으로써 결국 '비트코인''비트코인 캐시'로 분열되었다.

이처럼 누군가 경제체제 전체를 통제하려고 할 때,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등을 돌려 경제권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분열되기 때문에 독점이나 지배가 어려운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은 거의 완전하게 분산화가 진행된 경제체제로 기능하기 시작했고, 마치 자연의 생태계처럼 유기적이고 유연한 네트워크가 되고 있다.

앞으로 공유경제나 토큰경제도 진화해가면, 중앙에 관리자가 전혀 없이 자동적으로 돌아가고 계속 확산되는 유기적인 체제로 존속할 것이다.



토큰경제 Token Economy

일반적으로 가상통화나 블록체인에서 기능하는 독자적인 경제권을 가리키지만,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는 않다.


작동조건화 이론에 근거하여 어떤 시설(施設)이나 기관에 수용된 사람의 바람직한 사회적 행동에 대해, 종이 상표 또는 화폐 대용 칩 등과 같은 인위적 보상의 토큰을 제공하는 행동수정의 한 기법. 이 토큰을 담배·음료수·자유시간 같은 것과 교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강화 자극의 기능을 한다.


토큰이란 가상통화를 기반으로 사용되는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문자열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현실 세계의 자산과 결부하여 가치를 표시할 수 있다. (지금의 법정통화도 과거엔 금과 연계하여 단순한 종이인 지폐를 금괴의 가치로 떠받쳤고, 금본위제가 막을 내린 후에는 국가의 신용이 지폐 가치를 떠받치게 되었다.)


토큰도 금괴 같은 현실 세계의 실물과 연계하면 쉽게 가치를 표시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의 가치'를 표시하여 매매하거나 시장에 유통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토큰을 활용해 자유롭게 서로 연결하여 유통함으로써 가치를 표시할 수도 있다. 유통도 증권업계의 소관이었으나, 인터넷이 폭넓게 확산된 지금은 기존 금융의 틀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신용, 영향력, 호의, 공감, 감정, 시간, 서비스 기능, 콘텐츠, 문자 등은 기존의 금융이나 경제에서는 표시나 산정이 어려워, 매출이나 이익으로 전환돼야 비로소 가치를 인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개념도 데이터로 인식할 수 있다면, 이제는 토큰을 활용해 자유롭게 서로 연결하고 유통하여 가치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토큰은 발행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으며 크게 세 종류로 나뉘고, 설계에 따라 이중 몇 가지 성질을 조합할 수도 있다.


1) 통화형 토큰

가장 간단하고 알기 쉽다. 지불에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으로 기능하며, 법정통화와 거의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서비스 운영자가 일정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하여 이용자들끼리의 지불에 이 토큰을 쓰게 하면, 이 서비스와 토큰을 가진 사람들이 경제권을 형성하여 서비스의 성공과 이용자의 이익이 일치한다.


'T 포인트'나 '라쿠텐 포인트' 등 토큰을 많이 가진 충성도 높은 이용자는, 서비스가 실패하면 손해이기 때문에 지지자 역할을 한다. 이런 시스템은 블록체인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그 경제권의 참여자 수나 편리성에 따라 교환 비율이 바뀌는 변동환율제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다.


통화형 토큰은 실제로 이용 가치가 있는 서비스가 있을 때 발행하고,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후에는 다른 서비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방식이 좋다.


2) 배당형 토큰

특정 서비스나 기능으로 생긴 수익의 일부를 토큰 소유자에게 나누어주는 토큰이다. 이것은 기존의 주식이나 금융 상품과 유사해서 관련 법의 규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이런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금융법으로 규제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배당형은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만, 사기 사건이나 분쟁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금융 당국은 규제를 강화하거나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3) 회원권형 토큰

예전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던 방식이다. 토큰을 보유한 사람이 특별한 할인이나 우대를 받을 수 있고, 양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불하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고, 토큰을 소유하고 있는 동안은 혜택과 우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형 토큰과 다르다.


가상공간의 토큰을 활용해 누구나 저비용 고효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온라인 사교 모임이나 특정 애플리케이션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작은 경제권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토큰경제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가장 다른 점은, 경제권이 네트워크 안에서 완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종래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통화 발행자와 생산자, 소비자가 명확히 구별되어 있다. 그러나 토큰경제에서는 특정 네트워크 안에서 유통되는 통화를 생산자가 토큰으로 발행하여 독자적인 경제권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통화인 토큰의 성격과 유통 규칙도 기업이나 개인, 조직이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국가 기능의 축소판을 토큰을 이용해 기업이나 개인이 손쉽게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유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값을 매기기 힘들었던 애매한 개념마저도 데이터로 만들 수만 있다면 토큰으로 시장 가격을 부여할 수 있다.


통상의 비즈니스와 토큰경제는 수익을 내는 방법이나 이익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토큰경제에서는 참여자가 늘수록 경제권의 가치가 상승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한다. 물론, 토큰도 신뢰하고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특정 경제권에 매력을 느끼고 참여하는 사람이 늘면, 토큰을 원하는 사람도 증가해 적절한 타이밍에 팔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보유해도 위험성이 줄어든다. 더불어 참여자가 늘어나 토큰을 받아주는 가게나 서비스도 늘어나고 더 편리해져서 경제권을 지속적으로 넓힐 수 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토큰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2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1세기북스의 <머니 2.0>을 참고했습니다.



공유경제 (共有經濟)

Sharing Economy :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


Sharing Economy :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말로,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말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대비해 생겨났다.


즉, 물품은 물론, 생산설비나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는 공유소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돼 쓰이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기존 경제나 사회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엎는 개념으로, 돈과 경제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화의 흐름은 '분산화'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중앙집권화'에 의해 질서를 유지하던 경제나 사회 체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개념이다.



조직의 중심에는 반드시 관리자가 있고, 정보와 권력을 집중시킴으로써 문제 발생 시 곧바로 대응하는, 근대사회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편재된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대리인이나 중개인을 허브로 하여 중앙의 허브에 정보와 힘을 집중하여 전체를 움직여왔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항상 연결될 수 있다. 앞으로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물 간에도 접속돼 있을 것이고, 온라인에서는 사람, 정보와 사물이 직접적으로 항상 연결되어 있게 된다. 허브로서 대리인이 개입할 필요가 없어지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면서 전체가 뿔뿔이 분산된 네트워크형 사회로 변해갈 것이다.


분산화가 진행되면 정보나 사물의 중개가 아닌, 독자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체제를 구현하는 존재가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권력은 중앙집권적인 관리자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개인에게로 옮겨갈 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공유경제는 사회는 분산되어 있지만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비로소 기능할 수 있다. 인터넷이 생활의 모든 영역을 연결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는 범위가 지구 전체로 확대되었고, 거대한 경제체제가 이미 탄생했다.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권한이 분산되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에서 성공한 전형적인 사례로, 운영자는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지원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얼마나 뛰어난 경제체제를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의 대표주자인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사람이나 자산을 고용이나 소유하지 않는다. 단지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불을 중개하며, 신뢰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역할만을 하면서 잘 운용되는 경제체제를 만들었을 뿐이다.


유휴자산을 활용하여 수익을 얻고자 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적절한 보상 설계를 하고,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들의 추천을 받아 더 많은 수입을 얻게 한다. 또 이용자들 간의 대화방으로 소통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선택에 힘입어 자유롭게 발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역설적으로 공유경제가 가장 발전한 나라는 중국이다. 사회 인프라가 잘 정비된 미국이나 일본은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서비스와의 마찰 때문에 법 개정 등을 할 필요가 있고, 정착하기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의 급성장으로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아,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면 엄청난 기세로 단숨에 확산된다. (이를 등 짚고 뛰어넘기 'Leapfrog 현상'이라 한다.)


지금까지의 공유경제 체제는 '대리인형 사회'와, 앞으로 본격적으로 '네트워크형 사회'의 장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북스의 <머니 2.0>을 참고

가상통화공개 ICO

Initial Coin Offering :

기업이 독자적인 가상통화를 발행, 판매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나 과정.

투자자는 '코인'이나 '토큰'이라 불리는 디지털 통화를 구입하는데, 원칙적으로 대가는 지불 받지 못한다. 종래의 기업공개 (IPO Initial Public Offering) 이외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경제나 돈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금융의 중심인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시장(자본시장)은 사람들의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세계이고, 현대 자본주의의 장.단점을 모두 분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어쨌거나 자본시장은 이미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체제가 되었고, 금융 역사의 귀결이자 사람의 욕망을 최적화한 결과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2016년 후반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가 보급되기 시작하여 찬반 논쟁을 부르더니, 단 1년 만에 우리 경제의 모든 것인 양 세력을 확장했다. 2018년에는 가상통화를 기반으로 한 자금 조달 수단인 가상통화공개(ICO)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누가 보더라도 돈과 경제의 양상은 크게 변해가고 있다.


오늘날 돈의 발행을 결정하는 기관은 국가가 관리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다.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은 대영제국의 잉글랜드 은행이라고 한다. 프랑스와의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1694년에 만든 이 은행은, 원래 영국 왕실과 귀족들이 제안해 만들어진 민간의 대형 은행이었다.


당시엔 은행이 각자의 예탁증권인 은행권을 발행하여 유통했다. 지금의 가상통화 가운데 '알트코인'과 같은 것이다. 잉글랜드 은행이 발행했던 은행권도 국가가 정한 법정통화가 아니라, 대형 은행이 발행하는 증서의 하나였던 것이다.

▶ 알트코인 (Altcoin) :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가상통화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 후 150년 가까이 지난 1833년에야 비로소 잉글랜드 은행이 발행하는 은행권을 법정통화로 정하고, 1844년 Peel's Bank Act에 따라 은행을 국유화하여, 마침내 국가가 중앙은행을 소유하고, 국가 경제를 조정하는 기본 틀이 완성됐다.


미국과 일본이 그 후 중앙은행 제도를 도입했고, 1900년대 18개국, 1960년대에는 50개국에서 중앙은행을 설치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가 이 제도를 갖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역사는 100여 년 정도인 최근에 구축된 제도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최근의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를 한번 살펴보자. 비트코인은 중앙에서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나 기구가 없이 생성되고 유통되는 가상의 통화다. 일본의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이 2009년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것은 일정 기간의 데이터를 덩어리(블록)로 기록하고 체인처럼 연결함으로써, 네트워크 전체에 거래 기록이 보존되어 제삼자가 해킹하거나 고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중앙에 관리자가 없는 P2P 네트워크의 결과물이고,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을 적절하게 설계한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면 어떤 이익을 얻게 되는가를 알 수 있는, 보상 체계가 명확하게 설계되어 있다. 채굴자나 투자자(투기꾼)를 이익을 내세워 끌어들이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도 흥미를 유발하며, 자유의지론에 입각한 사상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 모아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유의지론 (Libertarianism) : 전체주의나 계획 경제처럼 국가가 경제나 사회를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에 반대하고, 개인의 신념과 의지에 따른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사상.


보상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붕괴해가는 기존의 금융시장이나, 누가 이득을 보는지 알 수 없는 신기술, 이론의 정합성에만 매달리는 학술 논문 등은 세상에 나왔다가 소멸해가는, 시대의 소모품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경제, 테크놀로지, 사상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보급하고 스스로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퍼뜨리는 방식이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오픈소스를 채택해서 만약 비트코인이 쓸모가 없어져도, 참여자가 알트코인을 비롯한 대안을 쉽게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결과적으로는 문턱을 낮춰 위험을 분산하고 가상통화 전체가 참여하는 안정된 시장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자연과 인간의 뇌 구조와 꼭 닮았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개체로 구성되는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정보와 에너지를 교환하며 전체가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인다. 또 정보와 에너지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은 더욱 복잡해지고 계속 진화해간다. 자연은 땅과 바다만 있던 상태에서 식물과 동물이 흘러넘치는 복잡한 생태계로 진화했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하고 국가가 경제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표준을 만든 지 100여 년밖에 안된 것을 감안하면, 최근에 나온 가상통화나 블록체인이 그보다도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봐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 미래의 자본시장 중심에 ICO가 자리 잡는 때는 언제쯤일까?

21세기북스의 <머니 2.0>을 참고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으로 낯선 디지털을 익히기 시작한지 어제로 정확히 7개월. 매일 12시간 이상 모니터와 책으로 헤맨 덕분에, 갈 길은 아직 멀지만 이젠 디지털 낙제 수준은 넘어섰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밑도 끝도 없이 이 디지털 세상은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져서, 6월 초 들어 33살 일본 젊은이가 쓴 머니 2.0(MONEY 2.0)을 받아 오늘까지 다섯 번을 읽었지요.


디지털 세상의 변화를 흐름으로 읽어 내기는 아직 실력이 많이 모자라고, 키워드 한 조각씩으로 이어 붙여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 이 책을 요약하고, 베끼고, 편집하고, 비틀어 약 50개 내외 포스트로 쓸 수 있겠네요. 타이틀도 중요하니 '키워드로 읽는 디지털 세상과 미래'라고 해볼까요?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 :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학창 시절부터 줄곧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하며 자란 세대다. 일반적으로는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컴퓨터가 없는 시대는 상상할 수 없고, 당연히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의 시대를 모르고, 그 전과 후를 비교할 수도 없다. (비교할 필요도 없겠지만...)


휴대전화나 인터넷이 생겼을 때도, 이로 인해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고, 그들은 그냥 눈앞에 있는 편리한 도구를 사용했을 뿐이다. 휴대전화가 보급될 때의 여러 논쟁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지 못한다.




그 당시에는 '사회가 엄청나게 진보한다는 주장'과,

'범죄에 이용되어 무서운 세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라며 걱정했던 사람도 아주 많았다.


SNS가 확산될 때도 어른들은 '만남 사이트나 아동 매춘의 온상이 될 테니 빨리 규제해야 한다'는 신문기사와 전문가 칼럼에 신나게 맞장구를 쳤었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는 그저 편리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를 접해 즐겁게 가지고 놀았을 뿐이었다. 10년이 지나는 지금은 자연스러운 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토큰경제 등의 논란도 그런 기시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것들이 없던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까지 사회를 지배해온 경제적 사고와는 동떨어진 것을 보고,

'국가의 통제나 중앙 관리자가 없는 화폐는 있을 수 없다.'

'신종 사기'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단시간 화제를 불러 모으다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잠수해 버렸지만, 세상의 의견은 정확히 둘로 나뉘었다.

'금융을 바꿀 혁신적인 테크놀로지'

vs.

'순전한 사기이며 매우 수상쩍은 것'


금융계 관계자나 경제학자들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존의 금융이나 경제 틀에 익숙한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규칙이 전혀 다른 신종 통화가 등장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대학생은 오래전부터 익숙한 금융 시스템이 비트코인과 함께 운용되기 때문에, 아마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의 뇌는 상식으로 자리 잡은 틀 안에서 생각하거나 판단하고, 새롭게 탄생하는 기술을 편견 없이 보기는 어렵다. 지금도 어른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보고 혀를 찬다.


컴퓨터  ⇒  인터넷  ⇒  휴대전화  ⇒  SNS  ⇒  비트코인  ⇒  블록체인  ⇒  토큰경제

▷ 토큰 (token) : 상품권, 교환권, 선물권, 주차권, 증표


지금의 초등학생부터는 '토큰 네이티브'로 세대의 분류가 바뀌지 않을까? 태어난 순간부터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을 접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돈과 경제를 파악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마저 짐작도 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10~20년 후 토큰경제나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MR)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을 미덥지 않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신진대사를 되풀이하며 세상은 진화를 거듭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쓰이는 테크놀로지를 자연스러운 세계의 일부로 느낀다. 15세에서 35세 사이에 발명된 테크놀로지는 새롭고 신나는 것으로 느끼고, 35세 이후 발명된 테크놀로지는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더글러스 애덤스, 영국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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