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건 아주 간단하다.
'경쟁하지 않는 것.’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서로 비슷한 기준으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성능,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가격, 차이점이 크지 않아서 하나의 파이를 수많은 제품들이 나누어 가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선단체이다.
자선모금 업계는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다. 수천 개의 자선단체들이 저마다 구호를 외치면서 사람들의 동정심에 호소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세운다.
좀 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광고 캠페인을 만들고, 화려한 모금행사를 하고, 부자에게 더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경쟁을 더 가속화하고 비용만 늘어나게 할 뿐이다.
사람들은 점점 죄책감을 유발하는 광고에 피로감을 느껴 기부금은 줄어들게 된다.

 

영국 코믹 릴리프 모금 캠페인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 자선단체는 아주 독특한 생각을 했다.
‘왜 기부금 홍보는 동정심이나 죄책감에 호소해야 할까?’
‘기부가 진짜 재미있는 행사나 축제가 될 수는 없을까?’
경쟁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옳을 거라고 생각지 않고,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의심한 것이다.

그로부터 탄생한 것이 영국의 자선단체 ‘코믹 릴리프 Comic Relief’이다.
수다쟁이로 소문난 런던의 여행사 직원이 친구들에게 공약을 한다. 자신에게 후원을 한다면, 24시간 동안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있을 거라고…
친구들은 여성에게 500파운드를 후원했으며, 이것은 코믹 릴리프에 전달됐다.

온몸이 털로 뒤덮인 남성미 넘치는 맨체스터 남자는 털을 밀어버리는 공약으로 500파운드를 모금한다.
이것은 코믹 릴리프가 만든 ‘빨간 코의 날 Red Nose Day’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누구든 부담 없이 1파운드의 빨간 코만 사면, 이 모금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제각기 장난스러운 공약을 걸어 친구들에게 모금을 받거나, 길거리에서 재미난 복장으로 사람들로부터 기부금을 받는다. 이 기부 문화가 영국 전체에 퍼지면서, 이제 빨간 코의 날은 모든 영국 사람들이 국경일처럼 기다리는 날이 되었다.

코믹 릴리프는 ‘블루오션 시프트 Blue Ocean Shift’를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블루오션 시프트는 조직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벗어나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2005년에 발간된 <블루오션 전략>은 당시 전 세계 기업에 블루오션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저자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이 12년의 연구 끝에, 블루오션으로 이동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것이 책 <블루오션 시프트>다.

블루오션 전략가들은 업계의 조건을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략가라면 이런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재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책은 경쟁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누가 경쟁의 기준을 정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 기준을 만들었다면, 그 기준은 틀릴 수 있으며 다른 더 좋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면, 우리는 자신에게 더 맞는 조건, 사람들이 더 사랑하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코믹 릴리프의 재미, 상호작용, 소속을 상징하는 물품 등의 새로운 가치 요소가 추가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기부업체가 소규모든 대규모든 비슷하다면, 코믹 릴리프의 경쟁요소는 많이 다르다. 전략적으로 덜 중요한 경쟁요소는 제거하거나 낮추고, 중요한 요소 몇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기업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도 이런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내가 속한 업계의 주요 경쟁요소를 나열하고, 주변 동료들과 나의 그래프를 그려보자.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요소를 낮추고 어떤 가치 요소를 새로이 창출할 것인지, 나만의 조건과 기준을 발견해 나가면서 고민해보자.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한 사람이 이득을 보려면 다른 사람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경쟁과 분할로 점철된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은 경쟁을 뛰어넘는 조직과 개인이다.”

 


책 <블루오션 시프트>에는 이런 경쟁을 뛰어넘은 여러 조직을 소개한다.
정교한 실력이 아닌, 통합과 평화라는 가치를 내세운 이라크 청년 오케스트라, 객실의 크기가 아닌 수면 환경에 초점을 맞춘 호텔 시티즌 M, 감금이 아닌 갱생을 목적으로 하는 교도소를 만들어 재범률을 낮춘 말레이시아 정부의 사례까지, 모두 틀에 박힌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면서 성공을 이루었다.

경쟁에서 지쳤다면,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싶다면, <블루오션 시프트>의 다음 질문에 대답해보자.
‘기존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정에 당신은 어떻게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김위찬, 르네 마보안 공저 <블루오션 시프트 :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는 법><책그림>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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